지난 14∼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르네상스 운동'을 역사적으로 보면 유럽 여러 나라에서 펼쳐진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혁신운동으로 정의된다. 도시 발달과 상업자본 형성을 배경으로 개성, 합리성, 현세적 욕구를 추구하는 반중세적 정신운동을 일으켰으며 문학, 미술, 건축, 자연 과학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유럽 문화의 근대화에 사상적 원류가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어떤 목표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가는지 알 수 없다. 외·내부적 환경 변화의 과도기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는 혼란의 시기인 것 같다. 그 중 가장 큰 기류는 바로 정치부문이다. 과거 재벌 회장이 언급한 대한민국은 세계일류를 지향하는데 정치는 삼류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적이 있다. 여기에 정치 지도자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다른 당을 혐오로 몰아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와 언론은 '정략'의 도구로 활용하며 누군가를 무차별적으로 '악마화' 시키는 이중성으로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이는 정치 혐오를 가중시키며 정치 참여를 기피하게 하는 현상조차 만들어 내고 있다. 국민들 중 자신의 지지 정당이 아닌 상대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가짜뉴스를 스스로 생산하기까지 하며 '표적성 악마화'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갈라치기라는 정치적 효능감에 기생하며 사회적 갈등이라는 또 다른 기류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은 계층 간, 세대 간, 심지어 젠더 갈등까지 심각히 오염되고 있다.
어느 방송 패널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민원 공화국, 고소·고발 공화국으로 그 빈도가 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족 간의 갈등, 개개인과의 갈등, 집단 간의 갈등, 정부와 개인 또는 집단 간의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 대화나 소통, 상식, 양심, 배려가 아닌 악성민원 또는 고소·고발로 해결하려는 극단적 선택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 문화를 자랑해 온 한국 사회에서 이기주의 문화가 언제부터 이토록 심화됐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개인 또는 집단 이기주의 성향으로 변질되어 가는 듯하다. '강성 노조'의 경우를 예로 들면 노조는 경영자들의 독선과 일방성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꼭 필요한 사회적 요소이지만 그 노조의 일부가 정치화되면서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노조원에 가입돼야만 노조이고 일반 근로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형태를 볼 때 얼마나 한심하게 변질됐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적 '르네상스 운동'을 통한 인간성 회복이 우선적으로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 한 국가유공자가 지원금도 끊기고 어렵게 살다 못해 마트에서 절도를 하다가 경찰에 검거된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을 들은 어느 국민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그분을 도와드리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조금의 위로금과 음식을 경찰서에 전달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런 안타깝고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언론을 통해 전달될 때 우리 국민들이 많은 울림과 귀감을 얻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인간성을 되찾는 것에 그 실마리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정책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인문학, 예술, 문화, 스포츠 등을 부흥 시켜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흐름을 유도하는 것도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갈라치기로 당리·당략만 추구하는 수단 또한 아니다. '정치'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잘 먹고 잘 살고 개인 또는 집단이 적대적 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고 배려를 하는 회복공정성의 기회로 갈수 있는 방향이 되며 대한민국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권우문 전 부경대학교 겸임교수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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