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 결집, 도발 명분 축적 의도… 대비태세 유지"
[파이낸셜뉴스]
이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이미 우리 입장을 밝혔고, 미국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국제수역·공역에서 안전하고 책임 있게 작전을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강조하고 "EEZ는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곳이다. 이곳을 비행한다고 해서 '침범'했다고 표현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방공식별구역(ADIZ)은 우리 군이 정한 구역이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과는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북한이 주장하는 '경제수역'엔 추가적인 사항이 더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북한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의미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이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군 정찰기를 "빌미로 삼아 뭔가를 주장하는 데는 그들 내부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도발 명분을 축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한미당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필요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도발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엔 "예측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북한은 전날 국방성 대변인과 김여정 명의로 하루 두 차례의 담화를 냈고, 이어 이날 아침에도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미군 정찰기가 최근 북한의 "영공" 혹은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그에 따른 "군사적 대응 행동"을 예고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미 공중감시정찰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활동이다" "한미동맹은 공해 상공에서 정상적 비행활동을 했다"며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ADIZ의 경우 각국이 미식별 항적을 조기에 식별해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임의로 설정한 구역으로서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외국 항공기가 각국 ADIZ에 진입할 땐 우발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당국으로부터 사전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EEZ는 영해기선으로부터 최대 200해리까지의 해역을 뜻하며 연안국이 수산·해저자원 등에 대한 배타적 관할권을 갖지만 국제법상 '무해통항권(선박이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공해다.
따라서 전문가들로부턴 "북한의 '경제수역 침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 김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적대국 정찰자산이 우리의 200해리(약 370.4㎞)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한 점을 들어 'EEZ를 사실상 방공식별구역(ADIZ)과 유사하게 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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