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돈벌이는 안 되고 민원은 쏟아져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문을 닫는 소아과가 늘어나는 가운데 피부시술 환자를 보느라 진료대기 시간이 길었다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욕을 먹은 한 소아과 의사가 "이런 거지 같은 과를 택한 내가 바보다"며 넋두리하자,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의사들은 주로 소아과 의사 입장이 이해된다고 두둔한 반면 일반인들은 '소아진료 접고 미용만 하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소아과 의사 A씨는 지난 12일 소아과의사 커뮤니티에 "2명 연속 리프팅(피부) 시술을 하는 관계로 열나는 소아환자를 50분 정도 기다리게 하자 (보호자가) '열나는 애 먼저 안 봐주고 피부미용 시술한다'고 성질을 부리더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180만원 내고 (리프팅) 시술 받는 사람은 매너도 좋고 30분 정도 기다려도 뭐라 않는데 600원 내는 소아 환자는 XXXX를 부린다"며 "소아과 폐과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이런 거지 같은 과를 택한 나 자신이 OO이다"고 푸념했다.
이에 동료 의사들은 "(소아 환자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데 (성인 진료와) 진료비가 같다는 건 말이 안된다" "답이 없다. 폐과후 상황을 관망하자", "줄 돈 다 준 고객들이 더 점잖하고 저렴하게 해준 의뢰인이 더 진상이다", "자원 봉사도 아니고 왜 거지취급 받아야 하냐"는 등 A씨 심정을 알고도 남는다는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저분은 소아과 안 하시는 게 좋다, 미용과가 체질이다", "소아진료 접고 미용만 하라"는 등 비아냥대는 일반인들의 댓글도 제법 됐다.
돈 안되고 힘들고 장래가 없다는 현실인식에 따라 폐업하는 소아과가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2013년 2200곳에서 올해 1분기 기준 2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소청과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엔 15.9%까지 떨어진 것. 이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아과 의사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음이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 3월 29일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까지 열어 소아과 진료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폐과 선언'을 했다.
또 '우리 스스로 살길을 찾아보겠다'며 '소아청소년과 탈출(No kids zone)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를 열고 보톡스 진료 등 성인 진료 중심의 강의까지 하는 등 정부를 향해 해결책을 내놓도록 무언의 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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