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
-정전회담, 중지·재개 거듭 2년 후 '53년 7월 27일에야 협정체결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중공인민군 사령관, 대표 서명
-일시적 장치인 정전협정, 한반도 안정 기여 70년 지속 중
-북한 1994년부터 무력화 시도, 1996년부턴 본격 폐기 나서
-대안 없는 종전선언, 정전협정 약화...평화협정 체결은 위험천만
-북 핵 고도화, 북 비핵화 억제력 강화 등 본질적 이슈 매진해야
[파이낸셜뉴스]
-정전회담, 중지·재개 거듭 2년 후 '53년 7월 27일에야 협정체결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중공인민군 사령관, 대표 서명
-일시적 장치인 정전협정, 한반도 안정 기여 70년 지속 중
-북한 1994년부터 무력화 시도, 1996년부턴 본격 폐기 나서
-대안 없는 종전선언, 정전협정 약화...평화협정 체결은 위험천만
-북 핵 고도화, 북 비핵화 억제력 강화 등 본질적 이슈 매진해야
사실 ‘한국 군사 정전협정(Korean Armistice Agreement)’은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전투를 일단 멈추어 세우고 평화적 문제해결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일시적인 장치였다. 그런데 한반도 역사에서 일시적인 장치가 70년이나 지속되는 특수한 상황이 드리워졌다는 점은 숙고할 대목이다. 영구평화와는 거리가 있는 불완전하고 불안한 평화라는 점에서도 분명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정전협정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기여한 점도 명확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먼저 정전협정은 한반도 정전체제 유지에 법적, 제도적 기반이 되어 주었다. 북한도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이기에 각종 군사적 도발시 사전조시를 통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에 정전협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행동에 일정 제약과 구속을 가하는 기능이 가동되었다. 지속적인 정전협정 준수 요구로 균형추 작용을 통해 나름대로 안정적인 한반도 유지에 기여하여 왔다.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유엔사와 중립국감독위원회의 노력에 제도적 기반을 제공해 준 것도 정전협정이다.
한편 북한은 직접 서명한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은 기이한 행태를 보여왔다. 북한은 1991년 한국군 소장이 처음으로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수석대표에 임명된 것을 트집 잡아 신임장 접수를 거부했으며, 1994년에는 북한 군정위를 철수하고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함으로써 사실상 정전협정 무력화에 나서게 된다. 나아가 1996년 북한은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경고한 후 2013년에는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자체도 정전협정 위반이다. 6. 제5조 <부칙> ‘61’에는 정전협정을 ‘수정’ ‘증보’하려면 쌍방의 상호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북한이 일방으로 폐기할 수 없다. 더불어 ‘62’에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 중의 규정에 의하여 명확히 교체될 때까지는 계속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정전협정의 지속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얼마 전까지 강하게 추진되던 종전선언은 북한의 정전협정 일방 폐기를 합리화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정치적 선언이라 할지라도 북한을 구속하는 아무런 대안 마련도 없이 진행된다면 정전협정의 기능이 약화되는 결과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종전선언 후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요구로 관심을 전환하면서 유엔사, 주한미군 등의 존립근거를 약화시키는 공세를 펼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당장 신뢰성이 보장되는 평화협정 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70년 동안 기능해 온 한반도 정전협정에 힘을 빼버리는 종전선언이 대책 없이 추진된 시기는 한반도 안보에서 취약성이 많았던 시기였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의 순기능을 되새기고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 북한의 법률전에 휘말리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에 질주하는 지금은 종전선언과 같은 정치적 상징조치보다는 억제력 강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기라는 점을 주지하자. 마찬가지로 북한 비핵화라는 본질적인 이슈에 보다 매진해야할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