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벌인 460억대 약정금 반환 소송에서 대법원이 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3일 선 전 회장이 유 회장을 상대로 낸 약정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203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7년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를 매각할 당시, 인수전에는 유진그룹 등 총 7곳이 뛰어들었다. 그 중에서 하이마트는 유진그룹을 최종 선택했다. 당시 선 전 회장은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증자에 참여하고 하이마트 경영을 맡는 등의 조건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00억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을 맺었다. 대신 약정금에서 '현재 수준의 정상적인 급여'는 제외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2011년 10월 하이마트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 갈등이 격화되면서 불거졌다. 유진그룹은 유 회장과 선 전 회장의 공동대표체제를 제안했으나 선 회장은 이를 거부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결국 양측 모두 회사에서 손을 뗐고 다음해 유진그룹은 롯데에 하이마트를 매각하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은 유 회장을 상대로 약속한 약정금과 증여세 등 총 460억여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선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주식 매매계약이 맺어진 이후 인수합병(M&A) 과정의 편의 제공 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맺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2심은 선 전 회장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선 전 회장과 유 회장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서명 등을 볼 때 약정 효력이 있음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2심은 "약정금에서 공제할 급여의 적정성이나 귀속에 대한 다툼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 회장이 부담할 약정금 지급 범위가 달라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약정금 400억원에서 2008년 2월 인상돼 2012년 4월까지 지급된 급여와 그로 인한 상여금, 퇴직금 증액분 합계 196억여원은 공제돼야 한다"며 203억원을 반환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선 전 회장은 약정금 400억원과 대가관계가 있는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며 약정의 법적 효력을 인정했다.
다만 선 전 회장에게 지급되어야 할 약정금과 관련해 "약정금에서 공제될 급여 증액분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된 금액에 한한다"며 계산을 다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하이마트가 선 전 회장에게 급여 증액분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한 것인지 등을 심리해 그에게 종국적으로 귀속된 급여 증액분만을 약정금 400억 원에서 공제했어야 한다"며 파기환송했다.
즉 선 전 회장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효하게 지급된 급여가 아니라면 선 전 회장은 유진그룹에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고, 반환한 급여만큼 유진그룹으로부터 지급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선 전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5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나, 선고 직전인 2021년 8월 미국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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