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삼성디스플레이의 '엣지 패널' 핵심 기술을 중국 기업에 유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사 톱텍 임직원들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이들이 빼넘긴 기술은 삼성의 스마트폰 시리즈에 적용되는 '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사양서,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과 영업 비밀이다. '3D 라미네이션 기술'은 모서리 끝부분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에 적용되는 엣지 패널의 핵심기술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톱텍 전 대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톱텍 임원 2명 역시 징역 2년의 실형이, 나머지 관련자들도 각각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2~4년이 확정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던 톱텍 등 업체 2곳은 각각 벌금 1억원이 확정됐다.
199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 물류·장비 등을 납품해온 협력사였던 톱텍은 2018년 4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받은 '엣지 패널' 기술 관련 영업 비밀을 자신들이 설립한 업체에 유출한 뒤 일부를 중국 업체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같은 해 5~8월 유출한 기술로 3D 래미네이션 설비 24대를 B 업체에서 제작한 뒤 중국 업체에 16대를 수출하고 8대를 수출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톱텍이 빼돌린 기술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가, 서로 공유한 비밀을 누설한 경우도 영업비밀 침해로 볼 수 있는가 등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이미 특허로 공개됐고 상당수의 설비 기술개발에 피고인 톱텍이 개발, 제안한 부분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영업비밀 누설'이 인정되며 실형이 선고됐다. 2심은 "톱텍은 해당 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이를 누설했다"며 ""톱텍이 영업비밀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유출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라고 적시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기각했다.
최근 기술유출 범죄는 그 수위가 심각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수한 기술을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기술유출 시도가 빈번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 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만 총 93건으로 그 피해규모는 약 25조원에 달한다.
검찰이 대검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수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산업기술 유출 범죄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훔쳐 그 배를 가르는 것'이라며 사건처리 및 구형 기준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성과도 있다. 기술유출 범죄 수사지원센터 설치 이후, 기소된 이들의 구속 비율은 32.6%로 종전보다 23.2%p 늘었고, 기소율도 12.5%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기술유출 범죄의 파급효과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그치고, 2022년에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 수준에 불과하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은 최대 징역 15년이다. 이번 '엣지 패널' 유출 사건 역시 실형이 나왔지만, 그 형량은 징역 3년에 그쳤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