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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드치료 안듣는 갑상선암 환자 '유전자 검사' 해야하는 이유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4 04:00

수정 2023.07.14 04:00

새 치료법 떠오른 암종불문 항암제 NTRK...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 있으면 먹는 약 '라로트렉티닙'으로 증상 개선
암 사라진 '완전관해' 비율 10%... 부분적으로 사라진 비율은 76% 달해
정상세포 손상 적고 건강보험도 적용
美에선 항암 들어가기 전 검사 권고
최근 암종불문 항암제는 암종류에 상관없이 NTRK 유전자 융합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됐다. 이 치료제는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에 치료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
최근 암종불문 항암제는 암종류에 상관없이 NTRK 유전자 융합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됐다. 이 치료제는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에 치료효과가 좋다고 알려졌다.
김원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원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예후가 좋지 않은 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 중 특정 유전자 변이(NTRK 유전자 융합) 환자의 경우 '암종불문 항암제(라로트렉티닙)'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 환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일반 항암제를 사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항암제 사용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암종불문 항암제를 사용해 치료를 시도할 수 있게 됐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지난 2020년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발생자수는 2만9180명이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4%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소아 갑상선암 환자 역시 증가 추세다. 실제 2020년 소아 유병자(83명)는 5년 전(11명) 대비 약 7.5배 증가했으며,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라로트렉티닙, '유전자 변이 갑상선암' 완전관해 10%

김원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암종불문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많지 않다"며 "전체 갑상선암 환자 중에서 약 3% 정도가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갑상선암 환자 중 소아 환자나 젊은 환자에서 NTRK 유전자 융합이 많이 발견된다"며 "데이터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지만 소아에서 약 10~15%, 성인에서는 3~5%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암종불문 항암제는 암종에 상관없이 NTRK 유전자 융합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됐다. 이 치료제는 NTRK 유전자 융합이 있는 여러 암종에서 효과가 있다. 특히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치료효과가 좋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암종불문 항암제인 라로트렉티닙의 경우 생후 1개월 아이부터 성인까지 포함해 임상연구가 진행됐으며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라로트렉티닙은 안전성이 높기 때문에 생후 1개월 소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허가돼 몸무게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최근 암 치료제는 특정 암세포를 공격하는 표적 치료제가 암종별로 개발되고 있다.

김 교수는 암종불문 항암제의 필요 이유에 대해 "암종불문 항암제는 표적 치료제 중에서도 차세대 표적 치료제라고 볼 수 있다"며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폐암이든 갑상선암이든 암종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므로 기존 항암제와는 달리 정상 세포에는 손상이 적어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된 라로트렉티닙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분화 갑상선암 환자 22명을 포함한 연구 결과에서 완전 관해 약 10%, 부분 관해 약 76%를 확인했다. 그는 "완전 관해는 갑상선암에서 매우 드문 결과로, 10%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라면서 "1차 치료제인 렌바티닙의 경우, 부분 관해 63% 정도고, 완전 관해는 몇 케이스가 있었지만 결국 재발했기 때문에 완전 관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치료 초기부터 방사성 요오드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고 치료를 여러 차례 하다 보면 내성이 생겨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먹히지 않는 방사성 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 환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요오드 치료가 불응하면 평균 기대여명이 2~3년에 불과하다. 이 때 유전자 검사를 통해 라로트텍티닙을 치료 옵션으로 사용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NTRK 유전자 융합 환자 수는 적지만 라로트렉티닙의 객관적 반응률 86%는 앞으로도 치료 결과가 상당히 기대되는 수치"라며 "추적관찰에서 완전 관해, 부분 관해가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암제의 임상연구에서는 연구 기간 동안에 환자의 생존 기간에 대한 데이터를 발표하는데, 라로트렉티닙의 경우에는 아직 생존기간의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이는 그 만큼 생존 기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대 여명은 조금 더 데이터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갑상선암 환자, 유전자 검사해 치료옵션 확대해야

라로트렉티닙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2020년 5월 승인됐다. 건강보험급여는 지난해 4월 적용됐다. 적용대상은 획득 내성 돌연변이가 없이 NTRK 유전자 융합을 보유한 성인 및 소아의 고형암 환자 중 '국소진행성, 전이성 또는 수술적 절제 시 중증 이환의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치료제(혹은 치료 요법) 이후 진행됐거나 현재 이용 가능한 적합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다.

라로트렉티닙은 국내에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았고 갑상선암에서 NTRK 유전자 융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큰 규모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김 교수도 "갑상선암 환자 중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 환자가 있는데, 아직 항암제를 쓸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사용 여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환자 중에서 원격 전이가 있거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 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항암 치료를 했지만 암종불문 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암 환자들에서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암 환자들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갑상선암 환자도 폐암처럼 항암 치료 단계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는 "보통 항암 치료를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라로트렉티닙의 경우 경구제일 뿐만 아니라 이전에 있던 표적 치료제들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다"며 "삶의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암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갑상선암의 경우에는 검사에 필요한 조직을 떼어내기 어려운 환자들도 있어 다른 암에 비해서 검사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그에 맞는 약들을 쓰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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