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후쿠시마산 먹어서 응원", 유럽 "수입 재개", 韓 "아직 못 먹는다"[김경민의 도쿄 혼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5 06:00

수정 2023.07.15 06:00

EU, 12년 만에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철폐
수입 규제국 55곳→7곳으로
기세 몰아 한국, 중국 등 수입 금지국에 압박 수위 높일 듯
韓 "오염수 방류와 수입규제는 별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점포에 일본산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으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점포에 일본산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유럽연합(EU)이 일본산 식품 수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다. EU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 해제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12년 만이다. 수입 규제 국가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7곳까지 줄어든 가운데 일본은 반대가 가장 심한 중국과 한국의 빗장을 풀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별개이며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일본이 증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수산물, 유럽 뚫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일본 정상회담 후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EU 27개 모든 회원국과도 합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도 "EU는 후쿠시마산 제품 수입을 다시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EU-일본 공동성명에는 "EU는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하는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또한 7월 4일 IAEA 최종보고서 발표를 환영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EU가 후쿠시마현 생선과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광역지자체) 식품을 수입할 때 요구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 다른 광역지자체는 식품의 산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EU는 2021년 10월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완화해 '재배한 버섯'에 대해서만 산지 증명서 제출 의무를 일부 폐지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재해지 복구를 크게 뒷받침하는 것으로 (EU의 수입 재개를) 높이 평가해 환영한다"면서 "이는 확고한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일본 정상회담을 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했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일본 정상회담을 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U는 이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시행했던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뉴시스


"수입 문 열어라" 다음 타깃은 한국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 이어 EU 역시 식품 수입규제를 사실상 완전히 철폐하기로 하면서 일본은 한국, 중국 등 아직 전면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수입 재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농수산성에 따르면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55개 국가·지역에서 수입규제에 나섰고 점차 그 숫자가 줄어 현재는 12곳만 남아있다.

후쿠시마현 등을 대상으로 수입할 때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은 EU·노르웨이·스위스·아이슬란드·러시아 등 7곳이다. 일본 주변국인 한국·중국·대만·홍콩·마카오 등 5곳은 수입 금지로 더욱 강도높은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만 대만은 지난해 2월 후쿠시마 인근 5개 현에서 버섯류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처를 풀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U가 규제를 없애면 노르웨이·스위스 등도 철폐를 검토할 것"이라며 "이로써 수입 규제 국가는 12곳에서 중국·한국 등 7개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도통신도 "55개 국가·지역에 이르렀던 수입 규제의 완화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본 정부는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한국과의 협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저장탱크. 연합뉴스

韓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안전성은 다른 문제"

한국의 경우 현재 8개 현에 대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들어올 때마다 수산물에 대한 전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미량이라도 탐지되면 17개 핵종에 대해서 추가 검사를 한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입장과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관련이 없다며 수입 규제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인 만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다.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부터 2013년까지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방출되는 등 환경오염이 발생했다. 그 환경오염이 일본 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방사능 오염 수치를 여러 경로로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측에서 아직까지 저희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차장은 이어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어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근거로 수입규제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일본산 수산물의 과학적 안전성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국이 증명하고 저희를 설득해야 한다. 수입규제 조치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독립적 주권국가로서의 조치이며 정부는 그 규제를 지켜가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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