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발전 등에서 위법·비위 사례 금액이 84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강도높은 대책마련에 나섰다. 태양광 사업에 집행된 눈먼 돈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보조금 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일부 비리를 이유로 관련 산업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는 모습이다.
눈먼 돈 전락 '태양광 발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9월(1차)과 지난 3일(2차) 조사를 종합한 결과 전력기금 사업에서 총 7626건, 8440억원의 위법·부적정 사항이 적발됐다. 최근 5년(2018~2022년) 전력기금 사업예산이 11조8000억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서 약 10건 중 1건이 비리가 있었던 셈이다. 전력기금이란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부과해 조성되며, 매년 2~3조원 규모가 걷힌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에서는 1791건, 574억원 규모의 부적정 사례 적발이 있었다. 특히 25개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사업을 점검한 결과, 보조금으로 ‘맹지’를 매입한 후 방치하고 보조금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비위가 총 232억원 규모(10건)로 나타났다. 허위 결산이나 집행 절차 위반 등 보조금 결산 부적정 사례는 115억원(173건) 규모로 집계됐다. 무면허 업체 수의계약 등 계약 발주 부적정도 175억원(438건)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퇴직자 단체의 수의계약 사례도 적발됐다. 65개 도서지역 발전시설 운영을 퇴직자 단체의 자회사에 27년간 수의계약으로 위탁하고, 그 대금이 전력기금으로 집행돼온 것이다. 점검 결과 발주청인 한전이 직접 수행해야 하고 위탁해선 안되는 업무까지 수의계약으로 위탁하고 감사원에 통지하지 않는 법령 위반 사항 40건이 적발됐다.
전력분야 R&D에서는 총 266억원(172건) 규모의 부적정 사례가 조사됐다. 사업비 정산 환수를 시행하지 않는 사업관리 부적정 사례가 123건 있었고, 연구비 이중 수령 등 집행 부적정 45건, 부실한 연구실적에 따른 예산낭비도 4건 적발됐다.
신재생에너지제도 전면 점검
이같은 비리에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산업부는 최근 강경성 산업부 2차관과 손양훈 인천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TF(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민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TF'는 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제도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점검과 개편에 나선다. △공직윤리 제고 및 행정처리 개선 △신재생에너지 예산지원사업 규모·사업방식 재검토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반 혁신방안 등 세 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먼저 공직윤리를 제고하고, 투명한 행정처리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부정청탁 방지 조치, 에너지 유관기관 종사자의 태양광 사업 금지 방안 등을 논의한다.
수천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보조사업 등 예산지원사업도 전면 점검한다. 적정 사업규모와 사업방식을 강구하고 철저한 사업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혁신방안을 논의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개편방안 △소형태양광 우대제도의 일몰 검토 △계통·수급에 대한 책임성 강화방안 △발전사업 인허가제도 강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정산제도 전면 검토·개편 등을 논의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폄훼는 금물
다만 일부의 비리를 이유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자체를 폄하하거나 관련 산업 기반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속 늘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0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28.9%로 목표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기준으로 9.3%인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약 3배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또 재생에너지는 세계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자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고, 제도를 개선 및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하지만, 자칫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이 저해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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