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근교도시 렌터카로 100배 즐기기 5화
히타-우키하-다누시마루-다자이후-난조인 하루 일정
[파이낸셜뉴스]
히타-우키하-다누시마루-다자이후-난조인 하루 일정
'여행의 기술'을 쓴 알랭 드 보통은 여행 경험 그 자체보다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개인의 심리적인 부분을 더 강조했다. 예를 들어 그는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고 썼다. 또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라며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고도 썼다.
한 여행의 성패를 평가할 때 여행자의 내면(만족도 등)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 여행의 형태나 수단 역시 여행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동 수단을 도보로 할 것인지 자전거로 할 것인지, 혹은 버스나 기차를 탈 것인지 정하는 단순한 결정으로도 여행의 모습은 크게 변하기도 한다. 후쿠오카 근교의 소도시를 둘러보며 '렌터카'를 택한 것은 지금에 와서 돌아봐도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4박 5일의 일정 중 4일째 되는 날에는 오전에 히타의 전통 거리인 '마메다 마치'를 둘러보고 이어 삿포로맥주 큐수 공장을 둘러봤다. 이어 또 다른 소도시인 우키하의 '이나리 신사'를 들려 구경했다. 차를 몰고 부지런히 도착한 다음 목적지는 일본의 전통 요괴 '갓파'를 닮은 '다누시마루 역'이었다. 이어서 후쿠오카 인근의 신사인 '다자이후'에 들린 뒤 마지막으로 불교 사찰인 '난조인'에 들렸다. 하루 만에 △히타 △우키하 △다누시마루 △다자이후 △후쿠오카 등 여러 도시를 모두 둘러본 것이다. 조금은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한가롭게 산책을 하며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으면 하루가 다 지나버리는 후쿠오카 도심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마메다 마치' 구경 후 히타 삿포로 맥주 공장까지
하루 일정이 빡빡했기 때문에 아침 8시에 일찌감치 호텔 조식을 먹었다. 호텔에서 도보 5분 거리인 '히타'역에 들려 진격의 거인의 주요 캐릭터인 리바이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2019년 당시 진격의 거인 동상 설치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목표(1400만엔)의 2배가 넘는 돈이 모여 추가로 리바이 동상 등이 더 세워졌다고 한다.
JG히타 역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관광안내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천천히 도시를 둘러 볼 수도 있다. 우리 일행은 도보로 전통 건축물이 많은 거리인 '마메다 마치'로 이동했다. '규슈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히타는 지난 1603년부터 1867년까지 이어진 에도막부 시대에는 규슈 지역의 정치, 경제 중심지였다. 히타에서부터 시작되는 지코쿠 강의 물줄기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는 물론 각종 상인들이 드나들며 번창했다. 마메다 마치 거리를 채운 건축물은 100년에서 300년이 넘는 것도 흔하다고 한다.
마메다 마치 메인 거리를 벗어나 마을 곳곳을 흐르는 수로를 따라 발걸음이 옮기는 데로 걸어도 고즈넉한 맛이 있었다. 또 한 가게의 처마 밑에 자리 잡은 제비 가족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20~30분을 걷자 땀이 날 정도로 더웠기 때문에 근처 상점에 들려 히타에서 만드는 고급 생수 브랜드인 '히타텐료수' 1병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또 거리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쿤쵸 양조장에 들려 각종 술과 전통주 등을 구경했다. 170년된 히타 간장을 파는 곳도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마메다 마치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 차를 몰고 히타에 있는 삿포로 맥주 공장으로 향했다. 사전 신청을 하면 유료 안내 관광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무료로 그냥 공장을 둘러 보기로 했다. 공장에 도착해 별다른 절차 없이 바로 맥주 공장을 둘러 볼 수 있었다. 강원도 홍천의 하이트 맥주 공장, 일본 오사카의 아사히 맥주 공장,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 공장, 도쿄의 에비스 맥주 박물관 등을 가봤다. 별다른 일정이나 계획이 없을 때 여행지의 맥주 공장에 가서 무료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오는 게 나만의 관행이었다.
히타 삿포로 맥주 공장의 경우 방문 당일은 별다른 맥주 생산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았다. 공장의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동선을 따라 쭉 둘러보는데는 20~30분 정도면 충분했다. 수십년도 더 된 일본 맥주 광고 포스터에는 하얗게 분칠을 한 여성이 모델로 나왔다.
공장을 둘러 보고 시음 코너에 들렸는데 이곳은 맥주가 유료였다. 삿포로 맥주와 에비스 맥주는 각 400엔, 논알콜 맥주는 200엔이었다. 자판기에서 종류별로 1잔씩 표를 뽑아 시음했다. 직원이 시원한 생맥주를 잔에 가득 따르고 넘치는 거품을 칼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건넸다.
91개의 도리이가 만드는 절경, 우키하 이나리 신사
히타 맥주 공장에서 목을 축이고 다음 목적지인 우키하의 이니라 신사로 향했다. 고지대에 있는 이나리 신사는 91개의 '도리이'가 계단을 따라 늘어선 멋진 풍경으로 유명하다. 도리이는 불경한 곳(속세)과 신성한 곳(신사)를 구분 짓는 경계다. 일본 영화나 만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붉은 문과 같은 형태의 구조물이다.
차를 타고 이나리 신사 꼭대기로 향하는데 꾸불꾸불한 길이 꽤 길게 이어졌다. 이나리 신사 도리이가 시작되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코스도 있는데 도보로 이동할 경우 웬만한 등산보다 더 힘들게 분명했다. 91개의 도리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이나리 신사 뒤편으로 이어진 숲길과 꼭대기의 정상도 올라가봤다. 신사의 꼭대기에는 인증샷을 찍기 좋은 '우키하' 글씨가 적힌 흰색 벤치가 있었다.
이나리 신사를 둘러보고 구글 지도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평범한 공원처럼 보였는데 평점이 높고 사진도 여러장이 나왔다. '조음의 폭포', 구글 지도에는 'Choonnotaki Park'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공원의 초입에 들어서자 시원한 폭포가 떨어지고, 계곡이 나오면서 온도가 5도 이상 떨어진 것처럼 시원했다. 마치 제주도에 있는 용암동굴에 들어온 것처럼 여름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원 안에는 여름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이 물이 빠진채로 방치돼 있었다. 공원 안쪽에는 작은 연못 같은 것이 있었는데 어른 허벅지 만한 초대형 잉어는 물론 민물에 사는 철갑상어도 있었다.
공원을 따라 산책로와 산길이 이어져 있는데 계곡을 따라 걷다 보니 6월의 초여름 더위가 사라지고 계곡풍으로 인해 몸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시간이 많다면 반나절 정도 여유롭게 산책하고 계곡물에 수박을 담갔다 먹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 20~30분 정도 둘러보고 발길을 옮겼다.
우키하에는 볼거리가 이나리 신사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사진을 몇장 찍으면 딱히 할 일이 없는 신사와 달리 '조음의 폭포' 공원은 훨씬 더 시간을 보내기에 좋아 보였다. 하루 일정으로 대중 교통을 타고 이나리 신사를 찾는다면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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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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