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크루즈를 타고 대서양 북부 항구에 도착한 승객들 눈앞에서 고래 78마리가 도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앰배서더 크루즈 라인’ 승객들이 지난 9일 덴마크령 페로제도 수도인 토르스하운 항구에 도착했을 때 바다가 고래의 피로 물드는 끔찍한 장면을 마주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지 어부들은 모터보트와 헬리콥터를 이용해 해안으로 고래들을 몰고 와 갈고리로 걸어 도살하는 연례 고래 사냥 ‘그란이다드랍’을 벌이고 있었다.
크루즈 업체는 매년 이맘때 고래 사냥이 열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따라서 승객들이 굳이 이런 잔인한 도살 장면을 목격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에 업체 측은 “마침 우리 승객들이 항구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져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이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승객들께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페로 제도 현지 어민들은 생계 수단으로 1584년부터 수백년간 고래 사냥을 이어왔다. 과거에는 겨울을 위한 식량으로 고래 고기를 축적했는데, 현대에서도 전통이라는 이유로 고래사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5월부터 이 사냥이 재개됐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페로제도 정부 측은 “어제 두 번의 대규모 사냥이 있었고 각각 266마리, 180마리의 고래를 사냥했다”며 “고래는 수세기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양식이 됐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과 외국 동물보호단체 등이 지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되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역 주민들 또한 “국내법을 지키며 되도록 고래들을 덜 고통스럽게 죽이고 있다”면서 “페로제도 인근에만 10만 마리에 달하는 고래가 서식하는데 우리들이 잡는 것은 수백마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속가능성’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페로 제도 정부에 따르면 사냥으로 죽는 향유 고래는 매년 800마리다.
덴마크가 소속한 유럽연합은 고래와 돌고래 도살을 금지하고 있지만, 덴마크 자치령인 페로 제도는 유럽 연합에 가입하지 않아 제재를 받지 않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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