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의사능력 없는 피해자 대신 성년후견인이 '처벌불원서'…대법 "효력 없다"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7 15:16

수정 2023.07.17 15:16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 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3.7.17/뉴스1 /사진=뉴스1화상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 합의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2023.7.17/뉴스1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의사능력이 없는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이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자전거를 타고 가다 앞에서 걸어가던 피해자 B씨를 들이받아 뇌손상 등 중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이 사고로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고, 배우자인 C씨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됐다.

그런데 1심 과정에서 C씨는 A씨 측과 합의를 한 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1심은 C씨의 처벌불원서 제출에도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항소로 열린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은 "피해자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피해자에게 반의사불벌죄에 있어서 처벌 희망 여부에 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소송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합 판단도 같았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 전합의 판단이다. 전합은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와 같이 소송조건과 관련된 규정은 국가소추권ㆍ형벌권 발동의 기본전제가 되므로 법문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만큼 그 처벌 여부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달려있다는 취지다. 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나 형법, 형사소송법에 반의사불벌죄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에 관해 대리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 만큼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합은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비롯한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보호적 기능의 구현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에 역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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