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가 전기픽업트럭 F-150라이트닝 가격을 최대 1만달러 인하한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포드는 가격인하 배경으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 하락을 꼽았지만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생산 개시에서 원인을 찾았다.
사이버트럭 출시가 전기픽업트럭 시장 경쟁을 격화하고 경쟁사들의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포드 주가가 급락했고, 전기픽업트럭 R1T를 생산하는 리비안자동차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테슬라 주가는 뛰었다.
테슬라가 15일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에 전기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생산 사실을 발표한 뒤 전기픽업트럭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격 인하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가장 가격이 싼 라이트닝 기본형 모델 가격을 1만달러 가까이 떨어뜨렸다.
최고급 사양인 플래티넘 트림을 포함해 라이트닝 전 차종 가격을 3월에 책정한 가격 대비 최소 6000달러 내렸다.
포드는 t당 7만5000달러에 이르던 리튬 가격이 현재 약 4만5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비용 절감 분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격인하는 경쟁 심화 속에 수요둔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격인하 시점이 테슬라가 사이버트럭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이틀 뒤이기 때문이다.
포드는 특히 2월 조립이 막 끝난 라이트링에서 불이 나면서 5주 동안 생산라인 가동을 멈춘 뒤 고전해왔다. 2·4분기 라이트닝 판매 대수는 고작 4466대에 그쳤다.
경쟁 심화하는 전기픽업트럭 시장
전기픽업트럭 시장은 전기차 업체들에 높은 마진을 보장해주는 짭짤한 시장이다.
단가가 높기 때문에 마진 역시 전기승용차에 비해 높다. 비싼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마진이 더 높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 시장 경쟁이 점점 높아지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기존 업체들이 긴장하는 때는 없었다.
리바안의 R1T, 포드의 F-150라이트닝, 제너럴모터스(GM)의 셰비 실버라도와 GMC 허머 전기픽업트럭이 시장을 사이 좋게 갈라 먹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은 연못 같은 시장에 '메기' 테슬라가 출격 채비를 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테슬라는 2019년 시제품을 선보인지 4년 만에 마침내 사이버트럭 생산을 시작했다.
고가의 전기픽업트럭이 경기둔화 속에서 수요 둔화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테슬라가 뛰어든 것이다.
전망은 엇갈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전기픽업트럭 시장에 중장기적으로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포드와 리비안 주가가 폭락하고, GM 주가도 내렸지만 테슬라는 뛰었다.
예정보다 2년 늦어진 생산 개시 소식에 테슬라 투자자들이 환호하고는 있지만 아직 불확실한 점들이 많아 주가가 이 호재로 계속 상승 탄력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테슬라가 당초 책정했던 사이버트럭 가격은 4만~7만달러 수준으로 이날 가격이 1만달러 가까이 내린 포드의 기본형 라이트닝 가격 5만달러보다 낮게 시작한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이 가격은 4년 전에 책정된 가격이다. 그동안의 비용 상승을 감안해 테슬라가 이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가 4년 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다. 비용상승을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마진이 좁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장은 일단 낙관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베어드 애널리스트 벤 칼로는 테슬라의 2·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날 매수 추천을 재확인했다. 또 목표주가는 252달러에서 3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테슬라는 19일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다.
이날 테슬라는 3% 넘게 급등했다. 9.00달러(3.20%) 급등한 290.38달러로 올라섰다.
반면 포드는 0.89달러(5.94%) 폭락한 14.09달러, 리비안은 0.83달러(3.34%) 급락한 23.99달러로 미끄러졌다. GM도 1.25달러(3.13%) 하락한 38.75달러로 마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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