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조재연 대법관이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일은 법관에게 주어진 막중한 소명"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관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갖고 법원을 떠났다.
그는 퇴임사에서 "법은 대체로 현실을 뒤쫓아가지만 때로는 현실을 앞서가기도 한다"며 "이상과 현실, 가치와 이익, 상식과 편견 사이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세론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법원 판결을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 행동 규범과 지침의 역할'로 지칭하며 "대법원 판례 변경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우리 민족은 굴곡진 격동의 역사를 헤쳐왔고, 그 때의 불행하고 아픈 사건들이 재판의 장에서 다시 다뤄지고 있다"며 "이런 사건들은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법 이론과 통상적인 재판 결론 만으로는 실질적인 정의 구현과 형평성 있는 해결에 미흡한 경우가 없지 않다. 불행했던 과거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관은 사법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근래 법적 분쟁 양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양적으로 복잡, 다양해졌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판사 수를 늘리는 한편, 한정된 사법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심리 절차와 방법, 심급 제도의 운용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사법신뢰를 향한 길은 매우 힘들고 긴 여정"이라며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수록 묘수를 찾기보다 재판의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줄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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