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김혜수, 염정아의 투톱 호흡이 '밀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박정민, 조인성, 김종수, 고민시는 영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완벽한 호흡을 완성했다.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밀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류승완 감독이 참석했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지난 2015년 '베테랑', 2017년 '군함도', 2019년 '엑시트', 2021년 '모가디슈'로 흥행사를 이어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류 감독은 이날 영화 기획에 대해 "제가 1973년 생인데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영화와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어린 시절 기억도 잘 안나지만 아버지가 운영한 경양식 집에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 들었던 기억이 깊게 남아 있고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이 세계로 안내해준 건 음악이었다, 그래서 각본을 쓰면서 계속 음악을 찾아서 듣고 상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하겠다고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수중 액션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이었고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이기 때문에 제가 이전에 만들었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남성과 여성이 붙으면서 처절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한 쪽에서 경쾌하고 새로운 리듬의 장면이 탄생할 거 같더라, 그 방향성을 가지고 무술감독님과 수중 코치님이 많은 아이디어를 주셔서 탄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열 네살에 식모살이부터 시작해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조춘자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김혜수는 "처음 영화 제안을 받았을 때 여성 서사의 축을 이루는 그런 작품을 제안해주셔서 굉장히 반가웠고, 그럼에도 무겁지 않은 상업 영화라 좀 더 좋았다"라며 "그리고 염정아씨, 배우로서 제가 갖지 못한 파트너로서 저를 많이 보완해 줄 수 있는 그런 상대를 만난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흔하지 않은 여성 중심의 영화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생각은 안 했다"라며 "단지 제가 느낀대로 영화가 주는 재미에 충실하고 현장에 충실한 게 답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 받는 순간부터 끝까지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 그건 끝까지 잊지 않고 했다"고 강조했다.
수중에서 액션을 완벽하게 보여준 김혜수는 "2년 전에 촬영을 했는데 이번에 일지를 다시 보니까 힘들었다는 기록이 없더라"며 "사실 일을 오래 했지만 현장은 어렵다, 늘 나의 한계를 확인 해야 했는데 처음으로 더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경험은, 다시 이런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싶더라,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며 뜻깊은 현장이었음을 전했다.
염정아는 춘자의 절친이자 밀수판의 맏언니 엄진숙 역을 맡았다. 김혜수와 투톱으로 활약한 그는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김혜수 선배님과 같이 한단 얘기를 듣고 그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류승완 감독님 작품인 것도 그렇다"라며 "그래서 물에 들어가 본 적도 없지만 도전했고, 오늘 혜수언니와 도전한 걸 보면서 다시 기억이 나더라, 여성 중심 서사인데 이런 영화가 흥행이 잘 되어서 또 다른 기획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염정아도 힘든 건 없었다며 "정말 행복했던 현장이었고 생각하면 코 끝이 찡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제가 힘들었던 건, 제가 연기했던 진숙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며 "진중하고 감정 표현이 많지 않는 사람이라 나를 어떻게 물러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조인성은 사업가적인 면모와 악독한 기질로 밀수판을 접수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로 분했다. 그는 "역할이 크지는 않았어서 전환을 시켜야 하는 그런 역할이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찰나에 테스트 촬영을 하려고 머리, 분장 하고 나갔는데 감독님이 제 모습을 보면서 '소싯적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라며 "'그렇다면 내가 소싯적 류승완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구나'란 생각에 더 헷갈렸고 나는 나이가 먹으면 감독님처럼 변해가겠구나, 단지 키가 줄어들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복잡한 심경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민은 조춘자와 엄진숙 사이에서 찍 소리 한번 못내 본 막내 장도리로, 고민시는 밀수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다방 마담 고옥분으로 등장한다. 또 김종수는 100% 검거율에 도전하는 세관 계장 이장춘으로 분했다.
박정민은 "영화 출연 계기는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함께 영화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하셔서 대본도 보지 않고 알겠다고 했다"라며 "어렸을 때부터 팬이고 제 꿈이었던 감독님이라 같이 하자고 해주시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리고 나서 받아본 대본을 보고 또 하번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촬영하는 동안에 원래 준비를 많이 해가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좀 그런 준비를 덜 해갔던 것 같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을 받으면서 순간순간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재밌어졌다, 현장에 가는 마음이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고민시 역시 "저도 힘든 거 하나 없이, 현자엥 가면 기분이 너무 좋아서 선배님들이 다 좋아해주시고 감독님 'OK'(오케이) 사인이 저를 기쁘게 해주셔서 현장에서 연기할 때 정말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나 최대치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김혜수는 "현장에서 박정민, 고민시가 너무 잘해서 현장에서 다시 컷을 보기도 했다"라며 "연기는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진짜 너무 잘했고 저희 영화에서 장도리, 고옥분 이 배우들이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했다"고 칭찬했다.
김종수는 "이런 분들과 류승완 감독님의 초이스를 받았다는 것에 감사해서 힘든 건 없었다"며 "저는 해병대에 다녀와서 물에 들어가는 건 이미 준비돼 있었다"며 웃었다. 이어 수중 액션에 대해 "전문가 분들 다 배치해 주시고 감독님이 워낙 잘해서 이 모든 게 감독님의 역량 덕분이라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1970년대 분위기를 살린 음악도 '밀수'의 포인트인데,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류 감독은 "선곡된 음악들은 촬영 전부터 각본에 이미 필기를 해놨는데, 이렇게 많은 곡을 쓴다는 건 예산과도 결부되기 때문에 어떤 음악은 꼭 써야 한다고 적어놨다"라며 "그리고 장기하가 이 시기에 진심인 아티스트 아니냐, 영화를 위해서 작곡된 음악과 선곡된 음악들의 괴리감이 덜한데 그런 점에서 장기하 음악감독의 활약이 컸다"고 밝혔다.
끝으로 류 감독은 "결국 만드는 사람들이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라며 "제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현장에 들어와서 막내로 일을 하고 영화계 언저리에 있던 시기부터 영화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데, 오히려 더 정신차려서 만들고 관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영화인들이 발전해 나가야 하는 게 무엇인가, 좀 더 기본에 충실하게 그런 걸 확인하면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영화는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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