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의 수주 쾌거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기술력을 다시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척당 가격이 일반 연료 선박보다 20%가량 비싼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메탄올 연료는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이 월등히 적다. 난이도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선박 건조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다. 삼성의 이번 수주는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이어 메탄올선박 경쟁력에서도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친환경 선박 발주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국제해사기구는 선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5%, 2050년까지 50% 감축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는 이에 맞춰 향후 메탄올 추진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사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조선업은 10년 가까이 수주절벽으로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거제, 옥포 등 현장의 도크는 텅텅 비고 수많은 인력들이 짐을 쌌다. 협력사들은 줄줄이 도산에 빠졌고, 지역 경제는 말할 수 없이 황폐화됐다. 팬데믹 기간 해운업 부활과 맞물려 비로소 조선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미래를 보고 갈고닦은 기술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조선사는 이제 4년 치 일감까지 확보했다고 한다. 업계는 수익성 높은 선종을 대상으로 선별수주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대부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곳곳에서 현장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능한 기술인력 공급도 충분치 않다. 강성 노조의 후진적 파업 관행도 여전하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 모처럼 맞은 수주 훈풍을 제대로 살릴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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