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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깡패'? 외국 기업 빼앗아 부하들에게 나눠 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9 16:22

수정 2023.07.19 17:01

러시아, 다논-칼스버그 등 외국 기업 자산 압류
임시 관리라고 주장했으나 압류한 법인에 푸틴 측근들 앉혀
외국 기업 자산 압류해 측근들에게 나눠주는 정황 포착
러시아 사업 철수 갈수록 힘들어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떠나는 외국 기업의 자산을 압류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빼앗은 시설을 측근들에게 나눠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계자들은 푸틴이 새로운 "부의 재분배"를 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의 러시아 탈출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경고했다.

서방 기업 무차별 압류
1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날 '다논 러시아'의 대표로 러시아 연방 산하 체첸 공화국의 야쿠프 자크리예프 농업부 장관을 임명했다. 동시에 타이무라즈 볼로예프를 '발티카 브루어리스'의 임원으로 지명했다.

올해 34세인 자크리예프는 푸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공화국 대통령과 막역한 동맹이다.
볼로예프는 1990년대 발티카를 운영했으며 푸틴과 친하다고 알려졌다. 볼로예프는 동시에 유리·미하일 코발추크 형제와 가까운 사이다. 형인 유리 코발추크는 다수의 은행과 언론매체 지분을 장악한 억만장자로 푸틴에게 돈을 대는 실세로 추정된다. 관계자 2명은 코발추크 형제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던 발티카에 관심을 보였고 그 이후 압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발티카는 러시아 주류 시장에서 약 2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8개 공장에서 84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본래 러시아 기업이었으나 2000년부터 덴마크 주류업체 칼스버그의 투자가 시작됐다. 칼스버그는 2008년에 1대 주주가 되어 발티카를 자회사로 두었다.

발티카의 매출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점차 위축되었다. 칼스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를 전면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에 러시아 사업을 완전히 처분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난달 말에 사업 매각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은 지난 16일 갑자기 발티카의 외국인 지분을 압류하고 러시아 연방 국유재산관리청(로시무셰스트보)이 이를 임시 관리하도록 명령했다. 같은날 푸틴은 프랑스 유제품 업체 다논의 러시아 자회사인 다논 러시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압류했다. 다논은 지난 2010년에 현지 기업 유니밀크를 인수해 러시아 최대 유제품 기업을 만들었으며 러시아 유제품 시장의 21%를 장악했다. 전쟁 이전에 러시아에서 8000명을 고용했던 다논은 지난해 10월 최대 10억 유로(약 1조4201억원)의 상각이 발생할 수 있는 러시아 사업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출하는 서방 기업을 괴롭히는 푸틴의 복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푸틴은 지난 4월에 독일 가스기업 유니퍼의 러시아 자회사인 '유니프로' 지분 83.73%, 유니퍼의 모기업인 핀란드 '포르툼'의 러시아 사업부 지분 98% 이상을 정부가 임시 관리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한술 더 떠 지난 6월에 철수한 서방 기업들이 남긴 자산을 러시아 정부가 압류해 헐값에 처분하도록 허가하는 규칙을 시행했다. 러시아에서 탈출하려는 서방 기업들은 해당 규정에 따라 자산을 정부에 내주거나 러시아인에게 반값 이하로 팔아야만 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주 체호프에서 촬영된 다논의 유제품 공장.EPA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주 체호프에서 촬영된 다논의 유제품 공장.EPA연합뉴스

기업 빼앗아 부하들에게 나눠 줘
서방 언론들은 푸틴의 행동이 단순히 러시아를 제재하는 서방에 대해 보복하거나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했다. 하지만 FT는 푸틴이 서방의 자산을 빼앗는데 이어 이를 측근들에게 나눠준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NSC) 서기의 아들인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농무부 장관이 다논과 발티카 압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 파트루셰프는 1970년대 옛 소련 시절에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푸틴과 함께 일했으며 아들 파트루셰프 역시 푸틴의 최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계자는 "농무부 장관이 다논과 발티카에 자기 사람들을 올려놓길 원했다"고 말했다.

과거 러시아 중앙은행 고문을 지내고 현재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전문가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다논 등의 압류에 대해 "더 이상 러시아에서 서방 자산이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이 외국인들에게서 자산을 뺏어 정권 친화적인 인물에게 주었다"며 다른 기업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계자는 푸틴의 측근들이 특히 식음료 사업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 대해 마진율이 높고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가 사더라도 딱히 하는 것 없이 흐르는 현금을 떠가기만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체첸 사업가인 발리드 코르차긴은 '스타스 커피'의 지분 21%를 확보했다. 코르차긴은 카디로프의 최측근 아담 델림카노프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스타벅스는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기존 매장 등을 러시아 유명 래퍼 티무르 유누소프 등에게 넘겼다. 유누소프는 평상시 자신이 푸틴과 친한 친구라고 떠드는 인물이며 스타벅스 자리에 스타스 커피 체인점을 열었다.

다논과 칼스버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칼스버그 압류 사태에 대해 "푸틴 정부는 외국 기업들이 사실상 러시아를 떠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틴은 외국인의 재산만 뺏는 것이 아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보도에서 지난달 반란을 일으킨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던 미디어 기업 패트리어트미디어그룹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WSJ는 해당 기업이 당국의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회사 주인이 내셔널미디어그룹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셔널미디어그룹은 푸틴의 숨겨진 연인으로 알려진 리듬체조 선수 출신의 알리나 카바예바가 의장을 맡고 있다.
올해 40세인 카바예바는 푸틴(71)의 자식을 최소 3명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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