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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금고마저 내준 지방은행… 거점지역 점포도 급감 [위기의 지방은행, 성장엔진이 식어간다 (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9 18:03

수정 2023.07.19 18:03

'광주는 당연히 광주은행' 옛말.. 대학 주거래은행 경쟁서도 밀려
여신 점유율 30% 밑으로 추락.. "지역인재 채용·행사 후원금 등 기여도 높은데 존재감 작아져"
지자체 금고마저 내준 지방은행… 거점지역 점포도 급감 [위기의 지방은행, 성장엔진이 식어간다 (中)]
지자체 금고마저 내준 지방은행… 거점지역 점포도 급감 [위기의 지방은행, 성장엔진이 식어간다 (中)]
"예전에는 지방 기업이면 당연히 지방은행을 이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 그런 문화는 많이 흐릿해졌거든요. 인터넷뱅킹도 발달하고, 금리를 우선순위로 두는 비중도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지방은행 관계자)

지방은행에 무엇보다 뼈아픈 사실은 본점을 두고 있는 거점지역에서조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경제와 함께 숨쉬며 규모를 키워왔지만 최근 수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다.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이 일제히 30% 밑으로 떨어졌고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밀려 지자체 금고마저 빼앗기는 형국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여전히 큰데 이를 몰라준다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거점지역서도 작아지는 존재감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4분기 거점지역에서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30%를 밑돌았다.
부산은행이 전체 부산 지역 원화대출금 가운데 28.00%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대구은행 27.70%(대구 지역) △경남은행 27.55%(경남 지역) △전북은행 26.16% (전북 지역) 등 대동소이했다. 광주은행이 거점지역인 광주·전남 지역 원화대출금 중 차지하는 비율은 18.99%에 그쳤다.

여신보다 사정이 좀 낫지만 수신 점유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 1·4분기 거점지역 원화예수금 중 지방은행에 예치된 비중은 △대구은행 47.00% △부산은행 34.85% △경남은행 30.90% △전북은행 27.80% △광주은행 27.68% 등 순이었다.

이에 지방은행은 지역에 뒀던 점포를 빠르게 폐쇄하는 상황이다. 올 3월 기준 인천광역시를 제외한 5개 광역시(부산·대구·대전·울산·광주)에 5대 지방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점 수는 23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33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100개가 줄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폐쇄한 점포 수(15개, 392개→377개)와 비교해 6~7배 많다. 이 결과 해당 지역 전체 은행 점포 가운데 약 45%가 지방은행이었는데 올 3월에는 38% 정도로 비중이 줄었다.

■지방銀 "지역사회 기여 큰데도..."

지자체 금고지기나 지역 대학 주거래 은행 자리를 둔 시중은행과 경쟁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광주은행이 약 50년간 지켜온 조선대학교 주거래 은행에서 탈락한 사례는 지방은행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미 지자체 금고와 관련해 시중은행은 막대한 출연금을 제시하며 유치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연합회 이익제공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지자체에 제공한 출연금은 총 562억8800만원에 달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만 유일하게 11억원을 출연해 대비된다. 이런 상황에 전국 946개 지자체 금고 가운데 지방은행이 차지한 곳은 21.5%(204개)에 불과하다.

지방은행은 "여전히 지역 경제에 많은 부분을 기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호소한다. 지역 자금 중개 및 중소기업 지원부터 지역 인재 채용, 각 지역에서 유치하는 각종 큰 행사까지 지방은행이 끼지 않는 사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대 지방은행이 사회공헌활동에 지출한 금액은 총 1486억원 상당이다. 해당 연도 당기순이익 대비 약 1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광주은행은 조선대에 전달한 항의 서명지에서 "전체 임직원의 26% 이상, 최근 10년 간 인턴채용 인원의 50% 이상을 조선대 출신으로 채용하는 등 지역대학과의 상생을 몸소 실천해 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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