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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구매 '담합' 딱 걸렸다" 32개 백신 사업자 가담…공정위 과징금 409억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0 12:00

수정 2023.07.20 12:00

백신 자료사진.뉴스1
백신 자료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의 입찰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담합에는 백신제조사부터 백신총판, 의약품 도매상까지 모두 관여했으며, 무려 170건의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타깃은 인플루엔자, 간염, 자궁경부암 등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 사업 대상 백신으로 24개 품목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할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1개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6개 백신총판(광동제약,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유한양행, 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도매상 등이 가담했다.

이들은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는 국가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인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에서 입찰 담합했다.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담합 관행으로 인해 이번 사건의 입찰담합은 참여자들간의 협의가 매우 용이했다. 낙찰예정자는 들러리를 쉽게 섭외할 수 있었고, 서로의 역할이 정해지면 투찰가격에 대한 별도의 논의도 필요 없었다.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낙찰받기 위해 기초금액 100% 수준으로 투찰했다. 들러리는 그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해 탈락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의약품도매상끼리 입찰담합을 하던 행태는 정부입찰방식의 변화에 따라 백신총판도 낙찰예정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3자단가계약방식’ 입찰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입찰담합을 한 반면, 2016년부터 일부 백신을 대상으로 도입된 ‘정부총량구매방식’ 입찰에서는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입찰담합의 유일한 백신제조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자신의 백신(서바릭스, 신플로릭스) 총판인 유한양행과 광동제약을 위하여 직접 의약품도매상을 들러리로 섭외하기도 했다.

이 사건 입찰담합으로 낙찰받은 147건 중 117건(약 80%)에서 낙찰률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낙찰률이 대부분 10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한, 장기간에 걸친 입찰담합의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며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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