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대 그룹에 재가입 요청 공문을 발송한 가운데 재계에선 삼성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달 예정된 이사회를 거쳐 다음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서 재가입 여부를 최종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재가입 움직임을 보면서 현대차, SK, LG도 동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전날 경영위원회 명의로 4대 그룹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동참 요청 서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전경련은 공문을 통해 "기존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인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그 지위가 승계된다"며 동참을 요청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새로운 경영 환경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경협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혁신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전경련은 다음달 22일 총회를 열고 한경연 흡수 통합 및 명칭 변경, 신임 회장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8월 22일 총회 개최를 논의하는 중"이라며 "공문에 회신 기한이 기재되지 않은 만큼, 8월 총회에서 4대 그룹 재가입 논의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기존 한경연 회원사로 있는 4대 그룹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LG, LG전자 등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전경련 탈퇴도 동시에 이뤄진 만큼, 재가입 역시 4대 그룹이 함께 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외적으로 재가입 논의 일정이 공개된 삼성의 행보에 4대 그룹이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2·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열리는 이사회에서 재가입 수락 여부를 논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재가입 안건이 통과되면 삼성준법위에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위원장은 "본격적으로 요청이 오면 그때 논의될 것"이라고 신중함을 나타낸 바 있다.
다만, 현재 준법위 일정상 내달 22일 전경련 총회에서 4대 그룹의 재가입 가능성은 미지수다. 다음달 열리는 준법위는 15일 광복절인 관계로 22일로 예정돼 전경련 총회 일정(잠정)과 겹친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총회 일정을 늦추거나 준법위의 임시회의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 밖에도 전경련이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참여하며 화제를 모은 '갓생한끼' 등 혁신안 실천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경유착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타개하기에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또 통합 한경협의 회장을 누가 맡을지도 불투명하다. 차기 회장으로는 미국통으로 알려진 류진 풍산 회장이 유력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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