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겨우 1년 만이다.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아파트 주차장과 지하차도가 침수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도 결국 부실공사 탓이다.
아파트 부실공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최근 들어 더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아파트 부실시공' 관련 민원은 무려 41만여건에 이른다. 부실시공이 단순 하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범죄행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단 아파트 붕괴의 주원인은 철근 빼먹기와 레미콘에 물타기로 지목된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빼돌려 먹기 수법이 요즘 세상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만연하는 안전 불감증이 심히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외신에 등장하는 후진국의 부실공사 사고를 비웃을 자격이 우리에게 없다. 파렴치한 행위가 판치는 데는 비뚤어진 시민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부실 아파트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쉬쉬하며 덮어버리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부실공사를 감춰준 것은 집주인들이었다.
부실시공을 막으려면 엄한 형벌을 내리는 것과 함께 제도적 쇄신이 요구된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부실시공 예방을 위한 기록관리 법제화도 참고할 만하다. 권익위에 접수된 민원 유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주예정자 사전방문제도 개선이나 부실공사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는 당연히 도입됐어야 하는 제도다. 동일 시공사의 건설현장과 완공된 아파트 정밀진단, 사고원인 규명은 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소비자의 권리에 해당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내면 반사작용처럼 튀어나오는 말이 '기업 규제'라는 항변이다. 그러나 아파트를 포함한 건축물 부실공사는 단순히 재산권 침해에 그치지 않는다.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부실공사를 완전히 추방할 선진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