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200개로 확대 발표
국회도 특별법 개정에 나서야
국회도 특별법 개정에 나서야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잊을 만하면 소부장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정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은 수출을 많이 해서 이익을 내도 실익은 일본이 챙긴다"는 가마우지 경제론이 제기된 게 1980년대였다. 한국이 완제품을 수출하지만, 소부장 산업으로 실질적 이익을 얻는 것은 일본이라는 말이었다.
이에 자극받은 김대중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소부장 산업 글로벌 공급 기지화에 나섰다. 실제 효과도 있었지만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자 2009년 소부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2013년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줄지 않았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소재에서 일본에 열세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악화된 한일 관계를 빌미로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자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정부도 정신이 번쩍 든 듯했다. 핵심 소부장을 일본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무역적자에 앞서 산업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깨달은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와 기업이 핵심 소부장을 발 빠르게 국산화함으로써 고비를 넘겼고, 소부장의 중요성을 일깨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뒤처진 기술력을 단번에 따라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나라의 명운을 걸고 정부나 기업이나 소부장 산업 육성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우리가 따라가면 일본은 한걸음 더 달아나는 형국이다. 여기에 우리를 뒤쫓던 중국이 추월하기 직전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더 이상 가마우지나 곰이 될 수는 없다.
정부가 하반기에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겠다고 하니 여느 때와 다른 의지가 읽히기도 한다. 또다시 시간을 질질 끌거나 소부장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몇 년 후 2019년과 비슷한 위급한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본이 규제를 풀었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국회도 할 일이 많다. 지난 2월 국회 산자중기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된 '소부장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더 묵혀두지 말아야 한다. 수입처 다변화, 국내 생산기반 구축 등 종합대책을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법적 뒷받침 없이는 행정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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