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15~29세) 인구 4년만에 65만명↓
청년고용률도 덩달아 8개월 연속↓
취업난에도 서울 못떠나...지방은 청년 순유출
청년고용률도 덩달아 8개월 연속↓
취업난에도 서울 못떠나...지방은 청년 순유출
[파이낸셜뉴스] #1.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A씨(26)는 수도권 IT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A씨가 지망하는 기업 대부분이 서울과 판교 부근에 몰려 위치해 있어서다. 자연스럽게 A씨의 향후 주거 계획도 희망 기업을 따라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에 머무르게 됐다.
#2.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B씨(22)는 "문과는 서울 밖에서 선택지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에 취업할 경우 대전이나 세종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내심 순환 근무 중에도 수도권 인근에서 근무를 희망하게 된다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B씨에게는 부산·대구 등 대도시보다 경기권의 소도시가 오히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서울 남쪽으로 분명한 이동 한계선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301명을 대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근무를 기피한다는 응답이 73%에 이른다.
서울 인근에 조성된 일부 특정 부문 특화 도시를 제외하면 KTX로 1시간 내외에서 접근이 가능한 대전·세종 등 충남권이 취준생들의 심리적 '남방한계선'이 된 셈이다. 청년들의 발걸음이 서울로 모이는 가운데, 문제는 대기업 등 취준생이 생각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 밀집 지역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통계청의 고용과 인구 관련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15~29세의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를 그리고 있다. 청년층 인구가 최근 4년간 65만명가량 급감하며 발생하는 자연감소를 감안해도 최근 감소세가 가파르다.
인구 감소폭이 가장 큰 수준이었던 지난해 8월에도 청년인구가 21만1000명 줄어든 반면 오히려 취업자는 8만1000명 늘어나기도 했다. 청년 고용률 악화가 인구감소보다 경기 침체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표적인 지방 대도시 대구의 경우에도 동북지방통계청이 20일 발표한 '인구이동 현황 및 사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6만2165명이 떠났다.
지난해만으로도 대구를 떠난 1만1519명 가운데 서울과 경기로 84%에 이르는 9693명이 빠져나갔다. 순유출 사유 역시 가장 많은 1만3458명이 직업을 꼽았다.
취준생들의 새로운 '이촌향도'에도 이유는 있다. '2021년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전국 종사자 300명 이상 사업체 4479개 가운데, 58.3%에 달하는 2612개는 수도권에 위치해있다. 산업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할 수밖에 없는 지방에서는 취준생들이 희망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5~29세 청년의 첫 직장에서 근속 기간은 평균 1년6.6개월로 퇴직자의 45.9%는 보수·근로 시간 등 근로 여건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다. 첫 일자리에 취업할 당시 임금이 200만원 미만인 이들의 비율도 64.4%에 이른다. 무직 기간을 감수하더라도 수도권의 고소득 일자리를 얻는 편이 청년층에서 더 선호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과 경기, 세종이 4000만대의 평균 연봉을 기록한데 비해 예외적으로 울산을 뺀 나머지 지방은 모두 3000만원대에 그쳤다. 취준생들의 '남방한계선'이 지역별 소득격차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수도권에 모인 청년들의 '양질 일자리 수요'를 소화할 기업의 여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더 나은 근로 여건을 찾아 지방을 떠난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건의 수도권 일자리를 택하는 대신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례도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 취업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비경제활동 청년의 숫자도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정부도 청년들이 떠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시작으로 기존 산업단지 등 제조업 위주의 지방 일자리를 지식산업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조선업 등 지속성이 없는 일자리에 즉각적으로 청년층을 수혈하기는 어렵다"며 "지역 대학 등 지역 인재 양성 등을 통해 구조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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