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 중인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편리한 점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산업협회의 비대면 진료 불편 접수센터에는 20여일 만에 900건 가까운 사례가 접수됐다. 병원 방문 곤란이 25%로 가장 많았고 약 배송 제한에 따른 불편(21%), 소아청소년과 이용 어려움(15%)이 뒤를 이었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까다로운 조건 속에 재진 환자, 의원급 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는 초진, 재진 구분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3년 동안 1419만 명이 3786만 건 진료를 받았다. 의료사고는 한 건도 없었고 이용자들은 기대 이상의 만족을 표시했다. 당장 제도화해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의료사고,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이유로 기존 의료계가 결사 반대해 결국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시범사업에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온갖 규제로 뒤범벅이 돼 있기에 당연한 결과다. 입법 전까지 축소된 형태로나마 비대면 진료 명맥을 잇겠다는 취지였지만 알맹이 없는 시스템에 소비자 이용도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 초진 허용 대상은 의료기관이 없는 섬, 벽지 거주자이거나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정도다. 소아청소년과 환자에게도 허용했으나 휴일과 야간에만 가능하다. 약 배달도 금지다. 재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도 세부 조건이 복잡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원격 진료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는가.
의료시장의 새로운 기수로 기대를 모았던 플랫폼 업체들은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썰즈, 파닥, 바로필, 체킷 등이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최강닥터, 엠오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플랫폼 업체 전체가 문을 닫고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2개국이 도입한 제도이다. 의료 강국을 표방하면서 비대면 의료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을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대면 진료가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의료계의 반발 탓이 크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시범사업 계도 기간은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비대면 진료 논의는 의료 소비자의 권익을 우선으로 진행해야 한다. 초진 범위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제약들은 과감히 덜어내야 한다. 의료계의 전향적인 태도가 절실하다.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감을 갖고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의료 혁신을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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