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로 최근 폭염이 신기록 경신행진을 하는 가운데 유럽인들이 '덜 더운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 관광사들 모임인 유럽관광위원회(ETC)를 인용해 지중해 연안 대신 체코, 덴마크 등 덜 더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전히 압도적이기는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관광객 규모가 10% 줄었다.
대신 체코, 불가리아, 아일랜드, 덴마크 등 북유럽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ETC는 이달 약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유럽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ETC는 "관광객들이 인구가 덜 밀집돼 있으면서 기온도 더 온난한 북쪽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관광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나드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 여행관광위원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의 경우 GDP의 18.5%, 이탈리아는 10% 이상이 관광에서 나왔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골치거리라고 볼멘 소리를 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이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폭염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북유럽에 관광객을 빼앗기고 있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게 됐다.
ETC 설문조사에 유럽인들은 휴가지 선택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기온을 꼽았다. 응답자 7.6%가 유럽 관광 기간 최대 고려 요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관광데이터 업체 포워드키스는 이달 유럽대륙이 폭염에 휩싸이면서 영국 관광객들의 관광 선호 지역도 더 시원한 북쪽 지역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워드키스에 따르면 올 7~8월 여름 휴가 극성수기 남유럽 항공편 예약을 위한 인터넷 검색이 이달 들어 전체 항공편 검색의 58%로 지난달 62%에 비해 줄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이전 같으면 검색이 급격히 늘었겠지만 되레 줄어든 것이다.
대신 북유럽 관광지 항공편 검색은 같은 기간 3%p 증가한 10%를 찍었다.
더 큰 문제는 남유럽 폭염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덮친 사상최고 폭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비관한 바 있다.
ESA에 따르면 18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지표면 온도가 45℃를 기록했고,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 이탈리아 시실리의 카타니아 지표면 온도가 50℃를 찍었다.
ESA는 "기후변화가 강화되면서 지금 같은 폭염은 더 자주, 그리고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따른 충격 역시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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