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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표 반도체지수 추종…업황개선 앞두고 자금 밀물 [이런 펀드 어때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3 18:18

수정 2023.07.23 18:18

유리자산운용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
3년 수익률 89%로 안정적 성과.. 순자산 187배 늘어 4000억 돌파
AI 수요 늘며 업황 부활 기대감
글로벌 대표 반도체지수 추종…업황개선 앞두고 자금 밀물 [이런 펀드 어때요?]
글로벌 대표 반도체지수 추종…업황개선 앞두고 자금 밀물 [이런 펀드 어때요?]
반도체의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파로 얼어붙었던 업황이 풀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확대되며 이에 필수적인 반도체 수요도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떨어졌던 주가도 회복하는 양상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지수의 대표 격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올해 들어 45%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지수를 따르는 일반 공모펀드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가 이 같은 흐름을 탈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6개월 수익률 41.47%

2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유리필라델피아반도체인덱스' 펀드 최근 6개월(20일 기준) 수익률은 41.47%다. 3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89.28%로, 양호한 장기성과를 내고 있다. 몸집도 상당 폭 커졌다. 3년 전 24억원에 불과했던 순자산은 2년 후 3072억원으로 불었고, 지금은 4482억원을 가리키고 있다. 3년 새 약 187배로 증가한 셈이다.

이 펀드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 상품이다. 1993년 12월부터 산정·발표된 해당 지수는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전반에 걸쳐 대표 3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비중이 약 93%로 가장 크다. 엔비디아, 인텔, 퀄컴, TSMC, AMD, 마이크론 등이 대표 편입종목이다.

나스닥이나 일반 기술주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올해 들어 나스닥지수가 34.4% 오를 동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4.7% 뛰었다. 안재정 유리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쉽고, 성과 예측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챗GPT 등장으로 AI가 전 세계적 관심을 끌면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생성형 AI 개발에 달라붙었다. 이때 고도화된 반도체는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다. 과거 스마트폰 등장 전후로 나타난 반도체 수요 급증과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안 본부장은 "이 펀드는 국내외 상장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환헤지(H)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고 자동차, 2차전지, 조선 등 수출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 기조가 전환될 전망인 만큼 원화 강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의 정책 수혜도 예상된다. 반도체 제조·연구개발(R&D)을 위해 2022 회계연도부터 5년 간 542억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하는 반도체지원법이 지난해 8월 시행됐고, 중국향 반도체 수출 제재도 단행됐다.

■비메모리에 '주목'

이 펀드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에도 함께 투자한다. 지수 자체가 양쪽 전반에 걸쳐 구성 종목을 꾸리고 있어서다.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D램, 낸드(NAND)처럼 기억 능력을 지닌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연산 및 제어 기능을 갖춘 게 차이점이다. 정보를 처리·계산한다는 점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불리기도 한다.

크게 '로직 반도체 설계'와 '분도체 장비기업' 등 2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스마트폰AP칩 등이 전자에 포함되고. ASML(노광장비), 램리서치(식각장비), KLA(패키징) 같은 기업이 후자에 들어간다.

안 본부장은 "차세대 서버용 CPU는 기업 데이터센터 업그레이드 수요와 맞물려 쓰임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GPU의 경우 AI 발달 최대 수혜가 예상되고, 초고속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엔비디아와 AMD 2곳에 불과해 수요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AP칩은 올해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사의 추격이 시작되면서 애플의 자체 설계능력 우월화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며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대체가 어려운 기술과 독점적 점유율을 가지고 선단공정(미세설계) 발달에 앞장설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안 본부장은 반도체 업황이 세 번째 상승기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2012~2017년 △2019~2021년 등 두 구간에서 지수는 각각 240%, 245% 치솟았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면서 주식시장 하락과 함께 반도체지수 역시 급락했지만, 올해는 반도체 경기 회복과 AI가 밀어 올리는 3차 시기를 맞는다는 안 본부장의 판단이다. 역시 3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진단한다.


다만 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이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내외인 상장주식은 담고 있지 않다"며 "반도체 순도가 높은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기술주에 분산투자하는 방법과 비교하면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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