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자 배달 수요 급감.. 무료배달 등 각종 할인 마케팅
라이더도 줄어 구인난 시달려
#"경쟁업체가 무료배달 이벤트를 해서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개인 점주 입장에서 남는 게 없습니다. 신규 업체가 무료배달로 잠깐 흥해도 그때뿐이네요." (네이버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자영업자 A씨)
라이더도 줄어 구인난 시달려
#"배달 수요가 많이 줄어 라이더들이 줄은 것이 체감됩니다, 비오는날이면 배달 기사를 구하기 어려워 몇 안되는 배달도 늦게 갑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김밥집 운영하는 오모씨(29))
코로나19 종식 이후 배달 수요가 줄어들면서 배달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떠나고 있어 자영업자나 플랫폼은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도리어 배달수요 회복을 위해 배달앱들이 시행하고 있는 할인정책 등이 일반 자영업자들의 '제 살 파먹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배달 등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조18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 이후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배달앱들은 근본적인 배달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 앞다퉈 할인 정책을 펼친 일시적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3월 음식서비스(음식배달) 온라인 거래액은 2조10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줄었다. 감소 폭은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17년 이후로 가장 컸다.
야외활동이 늘어난데다 물가까지 올라 소비자들은 배달앱 켜기를 꺼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심모씨(30)는 "고물가에 배달비가 아까워 올해부터는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배달앱들이 들어오면서 배달비가 너무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매출을 지탱해왔던 배달 수요가 줄어든 것에 타격을 입었다. 특히 배달 수요 회복을 위한 할인 정책의 일환인 '무료배달' 서비스도 점주들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료 배달 서비스는 새로 가게를 개업한 가게가 홍보를 위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할 배달비를 대신 부담해주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다. 경쟁업체들도 손님을 끌기 위해선 손해를 감수하면서 무료 배달 서비스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배달기사 구하는 것도 벅차다. 지난달 배달 라이더 등을 포함한 단순노무종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만4000명(3.7%) 감소한 402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부터 전년 대비 3개월 내리 줄고 있는 수치다. 이는 배달 수요가 위축되고 악천후 등을 이유로 배달기사들이 대거 이탈한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 배달앱 이용자 이탈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 앱 3사(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이용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261만명(8.2%) 줄어든 2921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배달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4개의 주체인 소비자·점주·배달기사·배달앱의 이해 관계가 맞지 않아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급격하게 성장한 배달시장의 시장 성숙도가 아직 미숙하다고 볼 수 있다"며 "업계를 주도하는 배달앱들의 정책이 시기나 배달 수요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배달기사 이탈문제, 점주 부담 또는 소비자 부담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엔데믹 이후로 앞으로 배달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배달 시장이 단기간에 성장한만큼 지속 발전을 위해서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배달앱이 시장이 죽지 않도록 투자의 개념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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