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국야구, 국제경쟁력 키우려면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3 18:54

수정 2023.07.23 18:54

[기자수첩] 한국야구, 국제경쟁력 키우려면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23일~10월 8일)이 코앞이다. 한국 야구는 매년 국제대회 이후에만 아마야구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때뿐이다.

아마스포츠는 고쳐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 스포츠가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선수들의 훈련량이다. 과거 올림픽 금메달 세대와 현세대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이다. '운동선수도 수업을 모두 받아야 한다'는 교육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는 논쟁을 떠나 기량적인 문제만 걸고 넘어진다면 이것이 가장 '직접적'이다.
결국 엘리트 선수의 기량은 훈련시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반에 가까운 학교가 운집한 서울·경기지역에 야간경기가 가능한 라이트 및 잔디 시설을 보유한 학교는 극소수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나오면 이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아예 없다. 아카데미와 유튜브가 가장 큰 스승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학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사실상 동아리화돼 가고 있다. 수업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직접 비교는 곤란하다. 한국은 아직 그만한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와 같이 아예 수업을 도외시한 채 훈련에만 매진하는 것도 좋은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고교생 이상이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야구를 하는 사실상의 직업선수다. 이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체력장'을 일정 수준 이상 기록하지 않으면 시험 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부당함이다.

그리고 정말 공부를 시키고자 한다면 '체육 특성화 커리큘럼'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영어, 스포츠생리학 같은 전문화된 커리큘럼을 보유한 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주중 경기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체제라면 평일에는 수업을 받고 훈련하고 주말에는 경기를 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학습권이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의 휴식권을 박탈한다.
단순히 투구수 제한만으로 선수 보호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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