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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 가야 와인의 상식을 깬 파격, 2000년 전 명성을 조국에 선물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4 07:55

수정 2023.07.24 10:46

가야의 대표 와인 '가야 바르바레스코' 이 옅은 와인에 이렇게 많은 게 들어있다니
네비올로의 땅에 심은 샤르도네, 카쇼 등 국제품종..이탈리아 와인 역사 새로 써
안젤로 가야 와인의 상식을 깬 파격, 2000년 전 명성을 조국에 선물했다

안젤로 가야 와인의 상식을 깬 파격, 2000년 전 명성을 조국에 선물했다

[파이낸셜뉴스] '가야(Gaja).' 와인 마니아에게 이처럼 설레는 이름이 얼마나 있을까. 고유의 전통을 중시하지만 순간순간 상식을 깨는 놀라운 파격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특급 와인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가야는 1859년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지역에서 설립돼 5대째 가족경영을 해오고 있는 와이너리다. 특히 4대손 안젤로 가야(Angelo Gaja)는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인공으로 20대 초반이던 1961년 와이너리에 합류하면서 가야의 역사, 이탈리아 와인의 역사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피에몬테에서 최초로 프렌치 바리크를 쓰고 네비올로(Nebbiolo)의 땅 피에몬테에서 처음으로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등 국제품종을 심었다. 또 와인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가지치기, 솎아내기 등을 통해 생산량을 극도로 제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가야가 생산하는 바르바레스코는 비현실적인 품질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토스카나까지 진출해 생산하는 와인들도 워낙 뛰어난 맛과 향으로 엄청난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다.

지오반니 가야.
지오반니 가야.


가야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안젤로 가야의 외아들 지오반니 가야(Giovanni Gaja)가 와인수입사 에노테카 코리아의 초청으로 지난달 서울을 찾았다. 지오반니는 그의 누이 2명과 함께 2004년부터 안젤로를 도와 와이너리의 주요 경영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오반니는 국내 와인 전문가에게 가야가 생산하는 특급 와인 가야 바르바레스코(Gaja Barbaresco)를 비롯해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Pieve Santa Restituta Brunello di Montalcino), 카마르칸다 마가리(CaMarcanda Magari), 카마르간다 비스타마레(Ca'Marcanda Vistamare), 가야 로씨 바쓰(Gaja Rossj Bass) 등 5종의 와인을 선보였다. 이날 선보인 와인은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며, 각 품종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가야의 명성이 왜 유명한지를 알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야 로씨 바쓰 2021(왼쪽)과 카마르칸다 비스타마레 2021.
가야 로씨 바쓰 2021(왼쪽)과 카마르칸다 비스타마레 2021.


■가야 로씨 바쓰 2021, 카마르칸다 비스타마레 2021
가야 로씨 바쓰는 피에몬테 랑게(Langhe) 지역에서 샤르도네(90%)와 소비뇽 블랑(10%)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연한 금빛, 레몬 속껍질색을 띠는 와인으로 잔에서는 서늘한 느낌이 강하다. 과실향은 주로 청사과 향이며 약간의 이스트 향도 올라온다.

입에 흘려보면 청사과와 복숭아 향이 느껴지며 흰꽃 향도 섞여있다. 질감은 라이트한 편이며 산도는 미디엄 하이 수준으로 상당히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도가 올라갈수록 산도가 더 올라간다. 취향에 따라 온도 등을 조절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지오반니는 "바롤로가 나는 땅의 강한 스타일이 샤르도네에 스며들어 굉장히 유니크한 느낌을 줄 것"이고 설명했다. 샤르도네 기반이지만 향은 굉장히 절제된 느낌이며 오히려 소비뇽 블랑의 느낌이 도드라진다.

카마르칸다 비스타마레는 가야가 1996년부터 토스카나 볼게리(Bolgheri)에서 만드는 와인으로 베르멘티노(Vermentino) 40%, 비오니에(Viognier) 40%, 피아노(Fiano) 20%의 블렌딩됐다. 옅은 금빛이 찰랑대는 잔에서는 약간 지릿한 느낌의 향이 먼저 올어온다. 그리고 정제된 파우더 향도 있다.

입에서의 첫 느낌은 과실향이 밑에 깔려 있어 상당히 절제된 느낌이다. 비오니에와 베르멘티노의 특징이다. 그러나 온도가 조금 올라가면 베르멘티노의 복숭아, 망고 등 핵과류 향이 진해진다. 질감은 미디엄 정도에 산도가 미디엄 하이 혹은 하이 정도로 아주 좋다. 피아노 품종 때문이다. 베르멘티노의 우아한 과실향과 비오니에의 고급스럽고 둥글려진 향, 피아노의 프레쉬하고 높은 산도가 제대로 어우러진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안젤로 가야 와인의 상식을 깬 파격, 2000년 전 명성을 조국에 선물했다


■카마르칸다 마가리 2020
가야가 볼게리에서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기반으로 약간의 까베르네 소비뇽 30%,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0%로 만드는 와인이다. 까베르네 프랑 특유의 진한 보라색과 루비색이 섞인 와인이다. 잔에서는 신선한 딸기향이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자세히 느껴보면 검붉은 색 베리류도 살짝 숨겨져 있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약간의 감칠맛과 트러플 향도 있다. 오크 등 2차 향은 느껴지지 않는다.

입에 넣어보면 레드와 블랙의 과실향과 함께 들어오는 훈연향이 굉장히 독특하다. 까베르네 프랑 와인의 특징인 그린 노트도 전혀 없다. 질감은 미디엄 바디 수준으로 혀를 누르는 느낌이 부담스럽지 않다. 산도는 높은데 고급스럽게 둥글려진 느낌이 좋다. 타닌은 아주 잘고 얇게 깔린다. 약간 네비올로 느낌이 들 정도다. 피니시는 좋은 산도와 약간의 타닌, 훈연향이 남는데 길지는 않다.

굉장히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얼굴이 바뀌는게 재밌다. 질감이 무거워지고 타닌도 강해지고 와인의 살집도 두꺼워진다. 심지어 째미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와인이 된다.

가야 카마르칸다 마가리 2021(오른쪽 세번째), 가야 바르바레스코(오른쪽 두번째), 가야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8(오른쪽 첫번째).
가야 카마르칸다 마가리 2021(오른쪽 세번째), 가야 바르바레스코(오른쪽 두번째), 가야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8(오른쪽 첫번째).


■가야 바르바레스코 2019
가야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바르바레스코를 대표하는 특급 와인이다. 가야 소유 14개 밭에서 나는 최고의 네비올로 만든다. 최대 30년까지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임에도 초기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오반니 가야는 "가야 바르바레스코는 처음 5년까지도 아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라며 "하지만 5년이 지나 10년까지는 사춘기처럼 맛이 확 닫히고 다시 10년 이후부터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맞는다"고 와인에 대해 설명했다.

와인은 네비올로 특유의 옅은 색깔을 띤다. 피노 누아(Pinot Noir)처럼 옅지만 더 연한 가넷색이다. 잔에서는 네비올로 특유의 트러플 향과 감칠맛의 향이 가득하다. 잔을 휘돌리면 검은 색 기반의 과실향에 훈연향, 젖은 낙엽, 약간 달치근한 토니 포토 향도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정말 묽고 가볍다. 질감이 라이트 수준인데 극단적인 라이트로 표현할만 하다. 햇살 또는 연기에 그을린 검붉은 과실향에 묻어있는 훈연향이 일품이다. 산도는 하이 수준으로 굉장히 높다. 타닌도 연하게 느껴지는데 살짝살짝 씹힌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살집이 있는 그런 타닌이 아닌 딱딱한 느낌이다. 피니시는 검붉은 과실에 묻은 훈연향과 초콜릿 향이 지배적이며 마지막에 타닌이 계속 이어진다. 이 옅은 와인에 이렇게나 많은 것이 들어있다는게 놀라울 정도다.

지오반니는 "좀 차갑다 싶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시작해 온도가 변하면서 와인 맛과 향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끼면서 먹는 아주 섬세한 와인"이라고 표현했다.

안젤로 가야 와인의 상식을 깬 파격, 2000년 전 명성을 조국에 선물했다


■피에베 산타 레스티투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8
가야가 토스카나 몬탈치노(Montalcino)에서 산지오베제(Sangiovese) 100%로 만드는 와인이다. 짙은 루비빛 와인에서는 토스카나 와인 특유의 감칠맛 향이 강하며 약간의 트러플 향도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미디엄 풀바디 수준의 질감에 높은 산도가 일품이다. 과실 향은 레드와 블랙이 섞여 있다. 타닌은 약간 느껴지는 수준으로 입안 전체를 채우지 않고 치아에서만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정도다.
와인이 사라지고 나면 산도는 더 높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분좋은 산도와 치아를 살짝살짝 자극하는 질감이 길게 이어진다.


지오반니는 "적당히 두터운 질감과 발란스가 인상적인 아주 좋은 와인"이라며 "숙성 잠재력도 좋아 와인 초기에도 장기 보관 후에도 맛있는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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