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후 청약 수요 서울·수도권 쏠림…지방 악성 미분양 증가
서울 청약경쟁률 껑충·지방 미분양 속출…"청약 옥석가리기 뚜렷"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청약 문턱을 낮추자, 분양시장이 지역에 따라 '극과 극'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중심으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지만, 대구와 울산 등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등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청약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많은 수도권 청약시장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지방 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뜩이나 주택 수요가 수도권에 쏠리고, 지방에선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수도권 지역의 분양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88가구 모집에 2만132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242.3 대 1로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았다. 분양가는 3.3㎡당 3300만원이다.
또 서울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일반분양에서 모든 가구의 계약이 끝나 완판됐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진행한 1순위 청약 당시 121가구에 9550명이 몰리며 78.9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또 앞서 분양한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가재울 아이파크’ 역시 52가구 모집에 총 4672명이 몰려 8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분양에 나선 서울 내 8개 단지가 모두 본 청약에서 완판됐다.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52.36대 1을 기록하며 전국 청약 경쟁률인 8.2대 1을 훌쩍 뛰어 넘었다.
반면 청주와 창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방에선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청약에 나선 경남 수에르떼 밀양은 45가구 모집에 1건도 접수되지 않아 경쟁률 0대 1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3월 경남에선 거제 한내 시온 숲속의 아침뷰가 46가구 모집에 1건이 접수됐다.
또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분양한 '보은 대신 센텀캐슬'은 59가구 모집에 4명이 청약했고, 또 이달 제주시 애월읍에 분양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도 425가구 모집에 115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고, 제주시 일도이동에서 분양한 '유피테르 6차'도 1순위 마감 결과 40가구 모집에 2명이 신청하는 등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8865가구로 전월(7만1365가구) 대비 3.5% 감소했다.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다가 지난 3월(7만2104가구) 11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뒤 ▲4월 7만1365가구 ▲5월 6만8865가구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만 그간 증가폭에 비하면 감소폭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8892가구로 오히려 전월(8716가구) 대비 2.0%(176가구)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준공 전 미분양으로 집계되던 몇몇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수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을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1만799가구로 전월(1만1609가구) 대비 7.0%(810가구) 감소했다. 서울은 1144가구로 전월(1058가구)보다 미분양 주택이 8.1% 더 올랐지만 인천(3071가구→2697가구)과 경기(7480가구→6958가구)에서 각각 12.2%, 7.0%씩 줄었다.
또 지방은 5만8066가구로 전월(5만9756가구) 대비 2.8%(1690가구) 줄었다. 부산(10.2%), 전북(2.9%) 등 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소폭 올랐지만 대전(-18.9%), 강원(-10.4%) 등 지역에서 큰 폭으로 미분양이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과거 미분양의 무덤이라 불리던 대구(1만3028가구→1만2733가구, -2.3%), 세종(156가구→114가구, -26.9%) 등도 감소세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청약 수요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 미분양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청약시장에선 분양가에 따른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고금리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청약 대기 수요가 분양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청약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면서 합리적인 분양가와 입지 브랜드 등에 따라 분양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청약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욱 뚜렷해지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분양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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