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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 '레이저티닙' 좌절을 희망으로 바꾼다 [특별기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4 10:12

수정 2023.07.24 10:12

"유한양행 무상공급 프로그램, 많은 폐암환자 구할 것"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분과 교수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분과 교수

[파이낸셜뉴스] 진료 현장에는 환자의 통증보다 아픈 사연도 많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들은 암 진단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흡연 경험도 없는 본인이 왜 폐암에 걸렸냐며 통탄하기 때문이다.

폐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 탓이다. 폐암은 흡연만이 원인으로 연상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흡연이 폐암의 주된 발병원인임에는 틀림없지만 흡연 외에도 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폐암 환자도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 만에 여성 환자가 36.7%나 증가했다.
여성 환자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라고 보고된 바 있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급격한 증가 원인으로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미세먼지 등 여러 요인들이 지목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EGFR 변이는 아시아인과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특히 전체 폐암에서 80-85%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한 유전자 변이암이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여성 폐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좌절하고 있기에는 희망적인 소식이 최근 연달아 들려왔다. 바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첫 진단 시점부터 처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는 EGFR 변이만 표적 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1, 2세대를 거쳐 3세대 표적치료제인 신약이 개발됐다.

그간 첫 진단 후 1차 치료 선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표적치료제는 하나뿐이었지만 지난 6월 말 유한양행에서 개발한 국산 신약 레이저티닙이 1차 치료제로 국내 확대 허가됐다. 2021년 1월 레이저티닙이 처음 허가됐을 당시 2차 치료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는데 3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확인돼 1차 치료로 확대 허가됐다.

특히 레이저티닙은 국산 신약인 만큼 임상에 한국인 데이터가 다수 포함됐다.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20.8개월을 달성하며 임상 대조군보다 2배 이상의 연장된 결과를 보이는 등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가장 조기에 써야 한다는 치료 전략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늘었다는 점은 진료 현장에 실로 희망적인 소식이다.

또 유한양행이 EGFR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급여가 적용되기까지 레이저티닙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 시행하겠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과거 소아마비백신을 개발한 소크 박사는 백신의 특허권을 포기하고 많은 어린이들을 질병으로부터 구해냈다. 유한양행 또한 무상공급 프로그램으로 많은 폐암환자들을 구해낼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업 유한양행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한다.

누구에게나 암 선고는 절망스럽다. 하지만 좌절에 머물러 있기엔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좋은 소식들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의료진과 가족들을 믿고 치료 의지를 다지면서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 나가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희망의 기회는 언제든 남아 있다.

/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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