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칼부림' 4명 사상
묻지마 범죄 + 분노 범죄 성격의 사회적 테러
사실상 대응책 없어
'사이코패스' 여부가 아니라 사건 이면의 문제 분석해야
묻지마 범죄 + 분노 범죄 성격의 사회적 테러
사실상 대응책 없어
'사이코패스' 여부가 아니라 사건 이면의 문제 분석해야
[파이낸셜뉴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모씨(33)가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조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테러'의 성격을 가진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묻지마살인 내제 동기 찾아야"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조씨에 대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범행 전 행적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차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또 폭행 등 전과 3범으로, 소년부 송치 14회 등의 전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과 중 하나는 지난 2010년 일면식도 없는 남성을 소주병으로 때려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동기로 무차별적 대상을 범죄 대상으로 삼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서울 양천구에서 30대 남성이 한 옥탑방에 침입해 가장을 살해했던 남성은 "피해자 집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불행한 내 처지와 비교돼 분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림동에서 자취하고 있다는 남성 직장인 이모씨(34)는 "자주 가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게 믿기지 않는다"며 "건장한 남성도 대낮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묻지마 범죄'와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인 '분노 범죄'의 성격이 혼합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씨에게 내재된 강력한 동기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 또래 남성만 노렸던 점에서 범인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 대상을 표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현실 불만에 근거한 사회적 테러로 요약할 수 있다"라며 "대낮에 번화가에서 범행이 벌어졌다는 점도 짧은 시간 안에 불특정 다수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 동기 범죄 TF', 의지는 있지만 아직은 논의만
경찰은 지난해 1월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상동기 범죄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서 이상동기 범죄를 별도로 분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속도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가 명확한 개념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관 기간의 협업 대응을 이루고 개별 사건의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웅혁 교수는 "묻지마 범죄, 분노 범죄 등 유형의 범죄가 정책의 우선 아젠다로 설정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이런 범죄를 '비정상적인 개인의 일탈'로 접근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 초점을 맞추는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처럼 묻지마 범죄에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드는 등 국가적 대응 기관을 만들어 사건 이면의 사회 문제와 정책 부재를 낱낱이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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