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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조 부실 턴 은행, 하반기 리스크 선제 관리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4 18:16

수정 2023.07.24 18:16

22일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처리한 부실채권 규모가 2조2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상승과 경기침체 여파로 대출 연체율이 치솟자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부실을 떨어내고 있는 것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채권으로 분류해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헐값에 팔아 정리한다.

상반기 은행이 떨어낸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의 2배를 웃돌고, 연간 전체 액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상각·매각 규모는 은행별로 3∼4년 내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그만큼 지금 은행권에 부실 경고음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부실을 정리하면서 지표가 미미하게나마 개선된 듯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진 게 없다는 것에서도 현 상황의 엄혹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경기부진과 부동산 침체 여파로 하반기에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한계기업들은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한계기업 비중은 2018년 전까진 20%대 중·후반이었으나 그 후 30%를 웃돌기 시작했다. 그러다 팬데믹 기간을 지나며 지난해 급기야 35%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보다 높은 수치다. 여기에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제도는 9월 종료된다. 금융권 부실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경고음이 쏟아지는데도 가계와 기업의 빚이 줄지 않는 것도 걱정거리다. 5대 시중은행의 이달 가계대출 잔액(20일 기준)은 지난달 말보다 3000억원 이상 늘었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5월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가 금융권 시한폭탄이 될 여지도 없지 않다. 기업 대출도 6개월째 오름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도 위기의 도미노를 부를 수 있다. 금융권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131조원(3월 말 기준)을 돌파했다.
이렇듯 곳곳에 도사린 부실 뇌관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옥석을 가려 선별적 기업 지원을 서두르고, 부실한 부동산 PF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
가계부채를 통제 가능한 범위에 두기 위해선 금리정책의 정교한 운용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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