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 증언
"이렇게 사는게 맞나" 자괴감 드는 선생님들
자신을 수도권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 재직중인 22년 차 초등교사라고 소개한 A씨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사이에 교사 커뮤니티에서 교직생활의 힘겨움을 토로하는 글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면서 ‘교사로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자괴감에 시달리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밝혔다.
A씨는 특히 “교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 아이들을 제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정을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 중 하나로 A씨는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해서 너무 놀란 선생님이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아이가 교사의 소리 지른 것으로 인해 놀라서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고 보호자가 교사를 정서학대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수업시간에 지적하면 아동학대 신고.. 따로 불러 지적하면 학습권 침해
A씨는 또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해서 하지 말라고 제지를 했더니 다른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아이를 공개적으로 지적을 해서 망신을 줬다고 이걸 아동학대로 신고한다는 사례’, ‘다른 친구들 앞에서 지적을 당하는 걸 문제 삼으니까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내서 따로 이야기를 하면 왜 내 아이가 수업을 못 받게 학습권을 침해하느냐고 말하는 사례’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저도 예전에 만삭일 때 배를 막 발로 차이고 침을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그 당시에 학부모님도 좀 예민하신 분이여서, 또 그 아이가 특수학급 아이다 보니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사과를 못 받고 그냥 덮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기본적으로 이런 종류의 악성 민원에 교사들이 되게 맨몸으로 노출되어 있다”며 “학교 측에서도 무조건 교사한테 사과를 시키고 일을 덮으려는 일도 많이 일어났었고, 선생님들은 ‘교사니까 네가 아이들에게 그래서는 되겠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고 자괴감을 느끼는 와중에도 그동안 이 폭력을 각자 좀 견뎌온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는 “아이들을 제지했을 때 정서 학대 등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교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생활지도에 위축된 게 사실”이라며 “제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교사가 대부분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동료 교사들의 일로 보고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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