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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왕의 남자' 이상민…167일 공백 마침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6:09

수정 2023.07.25 17:51

[파이낸셜뉴스]
탄핵소추가 기각돼 업무에 복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자택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탄핵소추가 기각돼 업무에 복귀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재 자택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국무위원으로 '왕의 남자'로 불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돌아왔다. 서울 도심 한복 판에서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에 대한 부실 대응 책임을 물어 국회가 탄핵소추한 지 167일만이다. 이 장관은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판결로 장관 업무에 즉시 복귀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국무위원이 될 뻔한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헌재는 선고 최종 시한을 불과 13일을 남겨두고 쫓기듯 이번 판결을 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안 접수일부터 180일 이내 이 장관의 탄핵 여부를 최종 선고해야 한다. 이번 선고는 탄핵 소추안을 의결한 지 167일 만에 내려졌다.


앞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때보다 2배 이상 지체됐다. 지난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헌재는 63일 만에 기각 결론을 내렸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다만 헌재가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로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이 장관의 복귀 행보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12일 임명됐다. 그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을 감싸면서 실세 장관으로 불려왔다.

■정체됐던 국정과제 동력 얻을까
이번 헌재 판결로 윤 정부가 추진해왔던 주요 국정과제들도 추진 동력을 다시 얻을 수 있게 됐다. 행안부 한 실무자는 "이 장관이 실세 장관이라는 평을 받았었는데 공석이 되다 보니 타 부처와 협상할 때 힘이 실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라며 "업무를 보고할 때도 차관에게 많은 업무가 집중돼 속도를 조절해야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복귀하면 장·차관의 역할이 분담되고 업무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전했다.

행안부는 지난 4월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3대 개혁과 정부개혁까지 포함한 이른바 '3+1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태다. 지방분권을 추진해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진척 사항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재난 관련 분야에서도 속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행안부는 최근 발생한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고, 원인을 파악해 재발방지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8~9월 집중 호우와 태풍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이 장관의 공석 동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한창섭 차관이 대행해 왔다. 행안부 재난 관련 관계자 "이 장관이 복귀한다면 피해 복구에 대한 보다 빠른 정책 결정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행안부 관계자는 "장관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영향력과 발언권이 있다"라며 "차관이 대참해서 앉아있는 것과는 무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조직 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전해졌다. 그간 행안부 내부에선 국·실장급 등 고위직 인사 적체가 심화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그동안 쉬면서 많은 혁신을 구상해놓았을 거라고 본다"며 "내부조직 개편이나 실·국장 역할 조정 등 변화가 있을 거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도중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는 도중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자진사임 가능성도 낮아져
이 장관의 복귀를 두고 기대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장관이 복귀하면서 행안부가 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행안부 내부의 우려도 감지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향후 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데 이 장관이 추진하려는 법안에 대해 '막아야한다'고 생각하는 반작용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이 장관이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은 되려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선 경찰과 앙금도 아직 남았다. 이 장관은 취임하자 마자 전국 일선 경찰들의 집단반발에도 불구'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 조직의 인사·감독권을 스스로 손에 쥐었다. 이 과정에서 야권의 반발의 사기도 했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74일 만에 경찰국을 속전속결로 출범 시키면서 일선 경찰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장관은 전국 일선 경찰의 집단 반발움직에 대해 하나회의 12·12쿠데타라고 비유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장관이 각종 혼란에 대한 정무적인 책임을 지고서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한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에서 조차 이 장관의 자진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장관이 전원일치 헌재 판결로 업무에 복귀한 상황에서 자진 사임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또한 이 장관을 감싸왔던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도 적다. 윤 대통령이 향후 총선을 전후로 추가 내각 교체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바꿀 가능성이 높다.
헌재의 판결 이후 향후 여론 추이가 그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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