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간신히 면한 역성장, 더딘 개혁으론 앞날도 어둡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8:04

수정 2023.07.26 13:10

소비·투자 없는 불황형 성장
경제 체질 바꿔 활력 살려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 두번째)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은행 통합별관에서 신승철 경제통계국장(왼쪽 두번째)이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출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수입이 크게 줄어 올 2·4분기에 한국 경제는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한국은행은 25일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1·4분기 0.3%로 반등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지만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이다. 줄어드는 수출 대신 그나마 성장 버팀목 역할을 했던 민간 소비는 반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였고 정부 소비, 설비 투자 모두 뒷걸음쳤다. 성장에 기여한 유일한 지표가 순수출(수출-수입)이다.
장기적인 저성장 늪에 빠지지 않게 경제주체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정부는 여전히 상저하고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줄었고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는 등 반가운 신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반등의 지표로 삼기엔 충분치 않다.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도 여전히 가늠이 안되는 데다 중국의 더딘 회복세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기업 투자가 계속 움츠러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대대로 하반기 대외여건이 나아져 수출과 내수가 개선된다 해도 1%대 초반 성장이다. 해외 기관들의 세계 주요국 성장 전망치를 보면 우리만 계속 처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봐도 그렇다. ADB는 기존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이제껏 나온 국내외 전망치 중 가장 낮았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저조했다.

과감한 경제체질 개선과 곪아 터진 제도를 뜯어고쳐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급한데도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가 줄곧 외쳤던 구조개혁은 아직도 구호만 거창하다. 최악의 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무너진 공교육, 균형 잃은 노동시장 등 우리 사회 고질적인 병폐를 도려내는 것은 시급하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을 만큼 절박하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올해 1·4분기에만 21만명이나 감소했다. 인구절벽 충격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자 대세 감소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면서 고령층 증가로 지급액은 증가하고 있다. 연금기금 고갈 시점은 더 빨라질 게 뻔하다. 그런데도 연금개혁은 정부와 정치권이 서로 총대 메기를 미루면서 진척이 없다.

'주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첫발도 못 뗀 노동개혁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노동법규 손질이 수반돼야 기업에 숨통이 트이고 일자리가 생긴다. 교육개혁은 사교육 시장을 잡는 것만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보다 근원적 대응책이 나와야 입시 고통을 덜고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성공한 개혁의 성과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성장에 불을 지피는 동력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의 역량도 개혁에 집중돼야 한다.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