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례 협상 결렬… 27일 재협상
정부가 최근 원유 값 인상을 앞두고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식품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비 증가로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올해부터 적용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과거에 비해 낮은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유 값 상승이 소비자 물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업계와 유업계는 올해 원유 L당 69~104원 범위 내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이다. 낙농가와 유업계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27일 다시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원유 가격에 반영하는 상황"이라며 "농가가 1년 이상 감내한 사실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가격은 해외와 달리 1년 늦게 원유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다. 특히 원유 생산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5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 등으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지난해 농가의 생산비는 전년보다 13.7% 상승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는 생산비나 소비 상황이 원유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55%, 유럽은 37%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유 가격결정 체계에 수요를 반영하도록 하는 용도별 차등제 적용으로 원유 가격이 과거에 비해 낮은 폭으로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원유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밀크플레이션'은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밀크플레이션 품목으로 지칭되는 빵류와 과자류의 원유 비중은 1~5%이며, 국산 유제품 원료 사용으로 한정하면 비중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 카페나 베이커리 등에서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꼽았지만 상당수 외식업체들은 국산 흰우유보다 저렴한 수입한 멸균유를 이미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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