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류승완 감독(49)이 영화 '밀수'로 여름을 사로잡는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등으로 흥행사를 이어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모가디슈'(2021)에 이어 또다시 여름에 영화를 선보이게 된 류승완 감독은 '밀수'에 자신의 장기인 액션에 '수중'을 더했고, 여기에 김혜수, 염정아를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이 합류해 해녀들의 밀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특히 개봉 첫날부터 40%대 이상의 예매율로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시동을 걸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개봉날인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밀수'에 관해 이야기했다.
-팬데믹 시기에 선보인 '모가디슈'에 이어 이번에 '밀수'를 선보인다.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기, 여름 극장가에 총대를 멘 듯하다.
▶2년 전 시장은, 돌이켜 보자면 오후 7시 이후에는 티켓 판매도 안 되고 좌석 간 띄어 앉기를 하는 시대였다. 극장 관객이 3분의 1 수준에서 움직이는 상황이라 진짜 우울했다.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상황에서 극장 영화를 개봉한다는 것이 우울했는데 그때 감사하게도 '모가디슈'를 보시고 호응을 해주셨다. 사실 영화 개봉이라는 건 감독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내가 어떤 총대를 멘다는 건 좋게 봐준 표현인 것 같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나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은, '밀수'가 바다에서 펼쳐지는 얘기라 여름에 봐야될 것 같아서 개봉하게 된 거다. 그러니까 '모가디슈' 때와는 다르다. 영화마다 계절에 맞는 게 있지 않나. 내가 고등학교 때 학교 땡땡이를 치고 한 여름에 '아비정전'을 봤는데, 그때 되게 더웠는데 스크린 속에서도 그 열기가 펼쳐지는 게 기억이 난다. 그런 면에서 '밀수'는 여름에 봐야 하는 영화라 생각해서 나오게 됐다. 특별히 내가 총대를 멘다는 생각은 없다. 이미 '범죄도시3'도 나오고 좋은 외화들도 많지 않나. 2년 전 혹독한 시기에 개봉하고 나니 이거보다 나쁘겠나 싶다.(웃음)
-개봉 첫날 예매율 1위를 달성했다.
▶아직 긴장 상태다. 예매율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분들의 기분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시사회와 반응이 또 다를 수 있으니 긴장하고 있다.
-이번에 수중 액션을 연출한 이유가 있나.
▶일단 이 영화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가 액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 항상 만들면서 시대도 바꿔보고, 공간도 바꿔보고, 인물 직업도 바꿔보고, 또 총을 들고 싸우기도 하고 칼을 들고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 근데 물 속에서 액션을 펼친다는 게 스스로도 새로웠다. 우리가 특수훈련을 받은 존재들도 아닌데, 현실적인 인물들이 물 속에서 액션을 펼친다는 게 가늠이 안 되더라. 근데 개인적으로 해녀들은 거의 초능력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실제 해녀분들의 잠수 기록을 보면 놀랍고, 어떻게 보면 스스로 능력의 임계점을 넘어간 분들이라 생각해서 이 분들과 하면 새로운 게 펼쳐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맨 몸으로 하면 서스펜스도 더 생길 것 같았다. 또 액션은 중력의 작용을 받는데, 수중에서는 저항을 안 받으니까 수직의 움직임이 더 생길 것 같았다. 해보지 못한 액션을 해볼 수 있었던 거다. 이전에 만들지 못할 배경이란 생각에 수중을 선택해서 시도하게 됐다.
-김혜수, 염정아를 캐스팅한 이유는.
▶두 사람의 오랜 팬이었다. 염정아씨는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부터 너무 좋아했고 '장화, 홍련'에서 나온 이미지들, 차갑고 도시적인데 되게 시네마틱한 얼굴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범죄의 재구성'과 '미성년'에서 연기가 정말 끝내줘서, '스카이 캐슬'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이 배우와 한번 일해보고 싶었다. 김혜수 선배는 연출부에서 일하면서 봤었다. 그때 1990년대라 필름으로 찍어서 모니터는 화질이 아주 안 좋았다. 그래서 밤 장면을 찍으면 아무리 해도 어두운데, 한날 혜수 선배가 밤에 클로즈업으로 찍고 있는데, 모니터 밝기 전체가 밝아지는 느낌이더라. 정말이다. 하하.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더라. 혜수 선배는 영화 배우이면서 동시에 상징이지 않나. 근데 김혜수, 염정아가 나온 영화가 의외로 없었다. 이 배우들이 한 영화에서 만난다면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찍으면서 느낀 게 음양의, 뜨겁고 차갑고 그런 조화가 정말 좋았다. 호흡이 안 맞으면 힘들 텐데 두 분의 조화가 좋았다. 서로 경쟁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렇게 두 배우와 하고 싶었던 꿈을 이뤘다. 하고 나서는 하길 참 잘했다 싶었다.
-김혜수는 물 공포증이 있고, 염정아는 수영을 못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캐스팅을 성사시켰나.
▶초반에 김혜수 선배님, 염정아 배우 두 분이 사무실에 와서 내가 준비한 자료를 보여드렸다. 두 분이 결정하기 전이었는데 이런 걸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준 거다. 사실 이걸 보여주면 하고 싶어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 보여준 거였다. 그런데 두 분이 멍한 표정인 거다. 속으로 이렇게까지 감동할 정도로 준비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아씨는 수영을 못하는 거라 (자료를 보고) 놀란 거였고, 혜수 선배님은 공황이 온 거였다. 준비 화면 속 물만 보고도 공황이 온 거였다. 근데 내가 이걸 몰랐고, 따로 두 분이서 얘기를 나눴다고 하더라. 김혜수 선배가 ''밀수' 못하나봐' 생각하던 차에 정아씨가 전화해서 '언니, 사실 수영을 못는데 일단 세면대에 물 받아서 눈 뜨는 것부터 연습하려고요'라고 했고, 혜수 선배님은 '물을 좋아했는데 공황이 생겼다'고 했다더라. 실제로 물에 들어가서 해야 하니까 우리는 '영화 엎어질 수 있겠다' 생각했고, 두 분도 무턱대고 들어왔다가 피해를 줄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그래도 해보겠다고 해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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