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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류승완 감독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현장서 딜레마도" [N인터뷰]③

뉴스1

입력 2023.07.26 15:44

수정 2023.07.26 15:44

류승완 감독(외유내강 제공)
류승완 감독(외유내강 제공)


'밀수' 포스터
'밀수' 포스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류승완 감독(49)이 영화 '밀수'로 여름을 사로잡는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등으로 흥행사를 이어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모가디슈'(2021)에 이어 또다시 여름에 영화를 선보이게 된 류승완 감독은 '밀수'에 자신의 장기인 액션에 '수중'을 더했고, 여기에 김혜수, 염정아를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이 합류해 해녀들의 밀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26일 개봉한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특히 개봉 첫날부터 40%대 이상의 예매율로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시동을 걸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개봉날인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밀수'에 관해 이야기했다.

-'밀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이 영화 '시동' 촬영을 하러 전북 군산에 갔다가 거기 있던 박물관에서 1970년대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던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거기서 출발했다. 근데 공교롭게 한 잡지에서 부산을 배경으로 밀수하는 내용의 단편집을 보고 흥미를 가지면서 소재가 맞물리게 됐다. 처음에 내가 연출할 생각은 아니었고 각본이 나오고 나서 '이거 못 봤던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누구도 해보지 못한 영화가 나올 수 있겠다 싶어서 '내가 하면 안 되냐' 하니까 '시간이 맞으면 하는 것도 괜찮다'라고 해서 연출을 하게 됐다.

-수중 액션을 선보이면서 어려웠던 점은.

▶영화를 만들 때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이뤄야 할 것인가'이다.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만들어 놓은 필모그래피에 의해서 기대치와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이지 않나. 장르 영화 감독의 숙명인 것 같다. 익숙함을 잘 충족시켜 주면서 얼마나 멀리 나갈 수 있느냐, 그 밸런스 조절을 조절 못했을 때 너무 뻔할 수도 있으니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근데 '밀수'는 물속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액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란 측면에서 충분히 새로웠고, 장르적인 특성상 '밀수'라는 제목에서 벌써 연상이 되지 않나. 그런 점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잘 맞을 수 있겠다 싶었다. 여기에 수중 액션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싱크로나이즈 팀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전문가를 통해 물속에서 가능한 움직임인지 아닌지를 찾아서 조절했다. 그래서 춘자(김혜수 분)와 진숙(염정아 분)이 물속에서 서로 스위치 하는 장면이 탄생했다. 영화라는 건 수많은 전문가들이 어울려서 하는 작업이라 모든 크루들이 머리를 맞대서 짜다 보면 어느새 하고 있다. 영화 만들기를 끊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영화에서 '먹고 살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사실 내가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바로 이 대사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게, 용인할 수 있는 임계점이 어디일까 생각한다.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조금씩 그 지점을 넘는다. 실제 영화 만들 때 현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에 대해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지 현장에서 계속 얘기했다. 한때 우리 현장에선 식판에 밥을 먹고 설거지했다. 현장 스태프가 식판을 가지고 다니니까 배우들도 가지고 다니고 그랬다. 진짜 영화 만드는 게 뭐라고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나오게 할까 생각이 들더라. 영화에는 필요하겠지만 이게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화약을 쓰고 나서 나오는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CG로 하면 엉성해 보일까 봐 딜레마가 생기기도 하고. 또 배우들이 물속에 들어가면 힘든 게 보이고 스태프도 힘든데, 이게 완성도를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게, 프로페셔널하기 위해서 최대치를 하려고 하지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생각이 들더라. 이 질문엔 끊임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은 유효하고, 스스로 이 질문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영화 현장이 많이 변화하고 있고, 영화 감독들이 드라마 연출로 넘어가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예를 들어 '여명의 눈동자', '태백산맥', '토지'와 같은 이야기가 있고, 이런 건 그 서사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극장에서 3~4시간을 준다고 해도 소화가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나. 그런 건 긴 호흡의 드라마로 만드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이런 서사를 다루고 싶으면 (드라마를) 하지 않겠나. 근데 아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실 (드라마 연출) 제안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근데 굳이 극장용 영화를 포기하면서까지 해야 하나 싶고. 난 여전히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삶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영화 개념이 바뀌는 건 사실이다. 지금, 그 개념이 바뀌는 시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영화가 바뀐 게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받아들이는 영화 개념이 바뀐 거니까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이미 시대가 바뀌고 있고, 아주 어려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에 노출된다.
그렇지만 미래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나도 적응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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