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년 사이 한전의 영업손실은 41조3000억원에 달하며, 올 1·4분기에도 6조3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미래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해야 하는데, 그 스케줄에 따라 전기요금 수준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6년까지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한다는 계획을 작년 말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향후 에너지 가격에 따라 달라질 뿐 아니라 누적적자 해소 시점을 명시하는 방식은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효율 및 재생에너지 투자, 전기 다소비 산업 등의 사업성은 전기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전기요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다음 분기의 전기요금 수준이 얼마가 될지를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돼 왔으며, 장기적인 전기요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우선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탄소배출 외부성 비용을 발전원가에 반영한다면 전기요금은 현재 또는 그 이상의 높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 2022년 기준 발전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은 화석연료 발전원에 대해 현재 외부성 비용이 거의 반영되고 있지 않다.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도 수준의 외부성 비용이 반영됨을 가정하면 발전원가는 현재 대비 40원/kwh 수준 더 인상될 것이며, 국제 에너지 가격이 20년 수준으로 회귀해도 전기요금은 멀지 않아 다시 150원/kwh 수준은 돼야만 한다.
둘째, 높은 전기요금은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토록 하는 가장 시장친화적인 탄소배출 감소방식이며, 기술혁신 및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 변화를 추동해 산업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정부 투자, 한전의 누적적자 감소, 취약계층의 지원 등을 위한 재원을 창출한다. 과거 한국은 물가 관리 차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매우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해 왔으며, 이는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적 추세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고 유지될 수 없는 방식이다.
탄소배출 외부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전기요금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며, 높은 요금 수준이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고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소배출 외부성 비용을 반영한 요금(예를 들어 150원/kwh)을 장기적으로 지향할 수준으로 삼아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무관하게 전기요금의 변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방식은 전기요금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는 에너지 전환 및 한전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재원 조달을 가능케 한다. 또한 전기요금의 등락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적 부담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런 제안을 포함해 전기요금의 장기 방향에 대한 폭넓고 투명한 논의가 필수적인 때이다.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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