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이슈들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영구 처분할 수 있는 부지와 시설을 갖추지 못해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임시 습식저장조에 저장하고 있다. 원전 가동 상황으로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을 분석해 보면 경수로는 누적발생량이 7만2035다발, 중수로는 72만1920다발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고리 2호기 조밀랙 적용)의 임시저장조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빠른 시일 안에 건식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원전 운영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원전에서 발생되는 사용후핵연료는 우선 원전 내 임시 습식저장조에 보관해 열을 식히고 방사능이 줄어들기를 기다린 후 건식저장시설에 옮겨 보관하고, 최종적으로 지하 500m 이하의 심지층에 영구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전한 장기관리 방법이다.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부지와 시설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지하 450m 암반에 심지층 처분장을 건설해 완료 단계로 2025년 운영될 예정이며, 스웨덴은 2022년 건설허가를 받아 2030년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로 경주를 최종 확정해 현재 처분시설을 운영 중이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 선정 절차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및 처분시설 건설은 국가 차원에서도 시급한 일이며, 산업계를 위해서도 빨리 시작돼야 한다. 다행히 지난 2021년부터는 다부처 예비타당성 사업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 사업'이 시작됐고, 9년 동안 총 4300억원 규모 연구개발(R&D)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산업체들도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있다. 2022년부터 사용후핵연료의 운반·저장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부지·처분과 관련한 R&D 기술 로드맵이 작성돼 2060년까지 104개 요소 기술을 확보하기로 하고 1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R&D 사업뿐만 아니라 건식저장시설 건설 및 처분부지 선정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 첫 단계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 발의된 3개의 특별법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특별법이 하루라도 빨리 제정돼야 한다.
강문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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