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증가
동시에 전기차 수요는 위축, 너무 비싸다는 여론 커져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 거세...서방 제조사들도 앞다퉈 가격 인하
배터리 가격이 핵심, 5년 안에는 전기차 가격 내릴 수도
동시에 전기차 수요는 위축, 너무 비싸다는 여론 커져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 거세...서방 제조사들도 앞다퉈 가격 인하
배터리 가격이 핵심, 5년 안에는 전기차 가격 내릴 수도
[파이낸셜뉴스] 세계 전기차 판매 규모가 올해도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증가 속도가 느려질 전망이다. 전기차가 너무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인데, 주요 제조사들 또한 가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가격 인하에 몰두하고 있다.
가계 소득 낮을수록 전기차 가격 불만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배터리 전기차(BEVs)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s)를 포함한 전 세계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2% 증가했다. 전기차 매출 가운데 73%는 BEVs였고 나머지가 PHEVs였다.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은 중국이었으며 1·4분기 전 세계 판매분의 56%가 중국에서 팔렸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내연기관을 포함한 전체 승용차 판매가 12% 줄어든 상황에서도 29% 증가했다. 2위는 전년 동기보다 전기차 판매량이 79% 급증한 미국이었으며 3위는 독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판매 전망은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다. 미국 매체 USA투데이는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현지 자동차 중개업체 오토리스트를 인용해 전기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오토리스트가 지난 2~7월 사이 3104명의 차량 구매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언젠가 전기차를 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39%로 지난해(42%)보다 감소했다. 전기차가 환경보호 차원에서 내연기관보다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서도 지난해(46%)보다 감소한 38%의 응답자만 그렇다고 밝혔다. 전기차 구입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42%가 "너무 비싸다"고 응답했다. 연수입 3만달러(약 3838만원) 미만의 응답자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평균보다 높은 46%가 비싼 가격을 꼽았다.
가격 경쟁력이 매출 결정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문제를 알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소형 전기차 가격이 6500~1만6000달러(약 831만~2047만원) 수준인데 반해 유럽 브랜드의 전기차는 3만5000달러(약 4478만원)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차의 경우 소형 전기차 가격부터 3만달러 이상인데다 잘 팔리지도 않는다.
이미 유럽에서는 중국 전기차가 세를 불리고 있다. 27일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컨설팅 업체인 이노베브는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 내 중국차 점유율이 9%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는 티에리 피에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경쟁을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체 개발 및 제조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전기차 생산 비용을 4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다국적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도 26일 실적 발표와 함께 중국의 "침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우리보다 25% 앞선다"며 저비용 국가에서 부품 등을 조달하여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차들은 정부에서 보복관세 등으로 중국 제품을 차단하면서 아직 본격적인 침공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테슬라는 올해 들어 반복적으로 가격을 내렸으며 포드 역시 이달 대표 전기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가격을 1만달러 가까이 깎았다. 포드는 27일 2·4분기 실적발표에서 수요 감소를 지적하며 올해 전기차 부문 예상 손실액을 30억달러에서 45억달러(약 5조7645억원)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 손실액(21억달러)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확실히 전기차 전환은 역동적이다"며 "지난 60일 동안 가격 압박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중국 업체들은 지정학적 갈등에도 미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미 온라인 정치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지난 3월 미 정가에 접근할 로비스트를 고용했다고 알려졌다. 니오의 윌리엄 리 CEO 역시 이달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미 정부가 중국 기업에게도 똑같은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에서는 5년 안에 더 싸질 수도
미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비스킷은 지난달 보도에서 적어도 미국에서는 5년 안에 전기차 가격 하락을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매체는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통과시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서 배터리나 태양광 전지, 풍력에너지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10년 동안 세액 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산 배터리 가격 인하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또한 미 소비자들은 IRA에 따라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구입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동차 칼럼니스트이자 여러 매체에서 자동차 기고를 하고 있는 댄 닐은 지난달 온라인 대담에서 2027년 정도면 전기차 가격이 지금보다 내려간다고 예상했다. 이어 2030년이면 상당한 수준으로 내려간다면서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테슬라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19일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거시 경제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격을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외신들은 테슬라가 원가 절감을 위해 인도 공장 신설을 논의 중이며 3000만원 수준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목표라고 전했다. 테슬라는 이미 이달 한국에서 4000만원 후반으로 구입할 수 있는 중국산 저가형 차량을 소개하며 본격적인 가격 전쟁을 예고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금이야말로 중고 전기차를 사야할 때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온라인 자동차 플랫폼인 '아이씨카스닷컴(iSeeCars.com)'에 따르면 지난달 미 중고 전기차 시세는 전년 동기보다 29.5%나 추락했으며 영국의 중고 전기차 시세도 1년 사이 19% 내려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만 해도 물량이 모자라 중고 전기차 가격이 신차와 다를 바 없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상당히 안정되었다고 평가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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