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는 선박 운항에 전문기술을 가진 이들로 선장, 기관장, 항해사 등이 이에 속한다. 한때 고소득 전문직으로 통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옛말이 됐다. 해기사는 2040년 3600여명, 2050년엔 4400명 넘게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해운업 국가 경쟁력이 위태로울 수 있다.
정부 통계를 봐도 국적 선원 이탈 문제는 가볍지가 않다. 2000년 5만9000명이던 국적 선원은 지난해 3만2000명으로 22년 새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마저도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고령화율은 44%에 이른다. 50세 이상 비중은 68%까지 높아진다. 해기사들의 외국 선사 이직도 늘었다. 경쟁이 치열한 참치 조업은 선장 등 전문인력이 대만, 필리핀 등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해외에 비해 국내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젊은 층 유입이 미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외로운 바다 생활에 지치고 소득은 그에 비해 높지 않으면서 휴가 사용 제약까지 겹겹의 어려움이 있다. 빈자리는 차고 넘치지만 청년층 신규인력 확보에 애를 태우는 업종은 해운업뿐 아니라 건설, 조선, 물류운송업도 해당된다. 한쪽에선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이 줄을 서고 또 다른 쪽에선 청년 구인난으로 업계가 고사 직전이니 이런 미스매칭도 없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해운업을 비롯한 기피업종의 일자리 대책을 내놓곤 있다. 외국인 숙련인력 확대 계획도 여기에 포함된다. 선원 이탈 방지 차원에서 근로여건 개선책, 세금 감면도 추진 중이다. 선원의 국외 근로소득 비과세 월소득 규모도 상향 조정했다. 인력 유지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위태로운 수급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장기적 안목의 실효성 높은 대책을 더 강구해야 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운은 물동량의 99%를 차지한다. 해운업은 한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바탕이었다. 해운강국의 미래도 결국 현장 인력에 달려 있다. 정부는 산업인력 양성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 전반의 불합리한 요소를 정리하는 데 노사정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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