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4세, 39세, 45세, 49세… 사는 곳 따라 달라지는 '청년'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30 18:09

수정 2023.07.30 18:09

시·도 지자체 조례로 정해
지역마다 기준 설정 제각각
고령화·인구 감소 대응 고육책
최근 국토교통부가 사회초년생 등 저소득 청년을 위한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을 시행한 이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조례에 청년에 대한 연령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39세 이하'까지를 청년으로 인정하지만 서울·경기·부산·전남 등은 나이 기준이 다르다. 사는 곳에 따라 청년일 수도 청년이 아닐 수도 있는 셈이다.

■부산·경기 34세, 전남은 45세

30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6일부터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총 지원 규모는 122억원이며 지원대상은 올해 1월 1일 이후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청년이 대상이다.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하에 연소득 5000만원(신혼부부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 임차인이 대상이다. 사회초년생 등 저소득 청년들은 보증가입 후 최대 30만원까지 보증료를 환급받는다.

청년 연령은 17개 시·도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는 기준을 적용한다. 부산과 경기도는 만 34세 이하, 전남은 만 45세 이하이며 그 외 시도는 만 39세 이하다. 결과적으로 사는 지역에 따라 혜택받는 나이가 달라지는 정책인 것. 경기도 화성시에 살고 있는 손모씨(36)는 "경기도에 산다는 이유로 청년 저리 대출, 복지포인트 등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장 서울만 가도 청년 대상 유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계속 청년 정책이 나오니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서울선 도봉구도 '45세'로 올려

지자체의 청년 연령 상향 조정의 배경에는 저출산 등 인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전남 고흥에선 49세 이하 청년이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축하금 명목으로 최대 4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고흥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달 말 현재 6만1542명이며 60대 이상이 55.3%를 차지한다. 때문에 20~30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40대 인구를 늘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청년 연령을 상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었다. 경북 봉화도 비슷한 이유로 지역에 이사 온 19~49세 청년 전입자에게는 월 10만원씩 최대 3년간 주택 임차료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서울 도봉구는 지난 4월 청년 조례를 만들어 청년연령 상한선을 기존 39세에서 45세로 올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문제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최소 54곳이 40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전남 고흥을 비롯해 전북 장수, 경북 봉화·예천, 경남 창녕, 충북 괴산 등은 49세까지 청년이다. 15~49세를 청년으로 정한 장수군에선 15세 아들과 49세 아버지가 같은 청년으로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체감 청년 나이가 32.9세인 점을 고려하면 지자체의 청년 연령 설정은 사회 분위기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청년 정책을 관장하는 중앙 부처가 없어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남기웅 청년재단 팀장은 "정부나 지자체 중에서 청년에 대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부처가 없어 자기들의 방식대로 청년을 규정하는 경우가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현재 사회에서 청년 이행기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는 만큼 청년의 범위를 확장해 자립 궤도에 오를 때 까지 전폭적인 지원에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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