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시멘트값 줄인상에 분양가 상승?… 시멘트-건설업계 ‘신경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2 18:38

수정 2023.08.02 18:38

건설업계 "재료비용 증가분만큼
공사비 부담 늘어 분양가 인상 초래"
시멘트업계 "가격 14% 인상 시
분양가 0.06% 증가에 그쳐" 반박
시멘트값 줄인상에 분양가 상승?… 시멘트-건설업계 ‘신경전’
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기료, 물류비 등 원가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시멘트업계가 최근 2년 새 네 차례나 가격을 올리자 시멘트를 원자재로 하는 건설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공사비 부담이 늘고 분양비도 늘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멘트업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는 오는 9월 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12.8% 올리기로 결정했다. 국내 7개 시멘트사 중 쌍용C&E와 성신양회가 시멘트 가격을 올린데 이어 한일시멘트 역시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쌍용C&E와 벌크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성신양회는 10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각각 14.1%, 14.3%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가격 인상은 7월 출하분부터 적용됐다.


아세아·한라·삼표시멘트는 아직까지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결정한 4개사가 국내 시멘트 시장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나머지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시멘트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린 배경엔 시멘트 사업의 수익 악화가 있다.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원가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 데다가 시멘트 제조 원가의 20%가량 차지하는 전기료도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027년까지 환경부 기준에 따라 선택적 촉매환원설비(SCR)를 설치해야 해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SCR은 1기 설치에 200억~3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에 필요한 환경투자 설비개조와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강화 등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미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총 2조원 이상을 투입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도 대부분의 투자금액을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해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공사비도 올라 부담이 가중된다는 게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 결국 분양가 인상도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시멘트 가격 불안정이 공사 재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멘트 가격이 10% 인상될 때 100억원 규모 공사 기준으로 최대 △주거용 건물 6800만원 △비주거용 건물 5300만원 △도로시설 1억1400만원의 재료비가 추가로 든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비용 증가분만큼 건설사 추가 부담이 늘게 되고, 이는 곧 경영상 영업이익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멘트업계는 건산연 주장엔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정면 반박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물가협회의 '산업물가 가격변동' 자료를 토대로 시멘트 판매가격을 산정했는데, 이는 전체 시멘트 물량의 약 3% 수준을 차지하는 포장시멘트 기준으로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또 건산연이 제시한 시멘트 가격 역시 실제 거래가격과 비교해 600~2540원까지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건산연 분석의 기본 통계 수치에 큰 오류가 발견된 만큼 이를 토대로 산정된 공사비 역시 신뢰할 수 없다"며 "협회 분석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 14% 인상 시 30평 아파트 전국 평균 분양가 기준 인상 비용은 약 30만원으로 0.06% 증가에 그친다"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