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피치의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이튿날인 2일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시장전략가들은 그저 '잡음(노이즈)'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이코노미스트들도 별로 주목할 만한 요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피치는 1일 미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미국의 고질적인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미 통치시스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향후 심각한 재정 부담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주식시장 폭락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2% 넘게 급락하는 등 3대 지수가 모두 큰 폭으로 내렸다.
앞서 마감한 유럽 주식시장도 고전했다.
유럽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톡스유럽600지수는 1.35% 하락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닥스30지수와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지수는 각각 1.36% 떨어졌다.
런던증시의 CAC40지수는 1.26%,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지수는 1.30% 하락했다.
아시아, 태평양 주식시장도 일제히 급락했다.
이상한 등급 강등
미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알리안츠 수석경제보좌관 모하메드 엘에리안 등 유명 이코노미스트들은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이상하고 서툰 짓"이라고 비판했다.
엘에리안도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 시기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번 등급 강등이 '철 지난' 것이라고 폄하했다.
시장 충격 단기적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피치의 등급 강등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다이먼은 피치의 등급 강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는 있지만 실제로 문제될 것은 없다며 피치가 헛발질을 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는 피치의 등급 강등 결정이 최신 재정정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서 이날 금융시장의 즉각적인 매도세 외에 시장 분위기에 추가 충격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립스는 등급 강등이 "금융시장에 직접 충격을 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등급 강등으로 보유 미 국채를 내다 팔아야 하는 주요 투자자들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치도 골드만 전망처럼 앞으로 수년 안에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6% 수준으로 예상하는 등 새로울 것이 없는 분석을 토대로 등급 강등이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필립스는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당시에도 시장 분위기에는 '의미있는 부정적 충격'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S&P500지수는 S&P의 신용등급 강등 1년 뒤 15% 뛰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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