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조현기 기자 = "경찰에 신고하면 아이들이 보호처분 받을 수 있다며 그래도 처벌받기를 원하는지 오히려 제게 물어봐요. 부모는 왜 경찰에 신고하냐고 화내고 학교는 경찰에 신고하라고 떠넘기고. 모든 피해를 점포주가 떠안으라는 말이죠."
서울 도봉구에서 무인점포 4개를 운영하는 유모씨(50)는 가게 폐쇄회로(CC)TV를 보며 한숨부터 쉬었다. 2~3일에 한번씩 절도 사건이 반복되지만 해결해줄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무인점포 절도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의 피해가 특히 크다. 유씨는 CCTV를 아무리 열심히 보고 있어도 절도를 다 막지 못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 늘어나는 절도…"하루 최소 2시간 CCTV 돌려봐"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초등학교 근처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A씨(36)는 하루에 최소 2시간 빨리감기로 CCTV 화면을 돌려 본다. 절도범이 발견되면 모자이크한 얼굴 사진을 가게에 붙이고 자수할 때까지 기다린다.
A씨는 "사진을 붙인 뒤 절도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고할지말지 결정한다"며 "아무도 연락해오지 않으면 경찰서에 신고하는데 소송까지 간 적은 없고 대개 인적사항 확인하고 합의로 끝낸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스크림 절도가 많아지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의 절도로 이웃이 비싸게 아이스크림을 사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 업계 등의 통계를 종합하면 2020년 말 약 500곳에 불과했던 전국의 무인 편의점이 현재 3300여곳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무인매장을 겨냥한 범죄 또한 늘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12월까지 일어난 무인점포 절도는 3514건, 검거인원은 1884명이다. 2022년에는 6018건, 3609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절도 이유·수법 가지각색…"영상 제공 고민"
무인점포에서는 절도뿐 아니라 아이들끼리 싸우거나 다른 사람의 분실 카드로 결제하는 등 다양한 범죄가 일어난다. 유씨만 해도 폭행 증거자료를 찾겠다며 CCTV 영상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유씨는 "인건비 아끼려 무인가게를 열었는데 절도범 잡으랴 영상 제공하랴 일이 많다"며 "특히 다른 사람의 얼굴이 찍힌 영상을 주는 것이 맞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간신히 잡은 절도범이 둘러대는 이유와 수법도 가지각색이다.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가 아이스크림을 훔친 젊은 여성은 우울증에 걸렸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키오스크에 카드를 꽂고 결제는 하지 않은 학생도 있었다.
유씨는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해도 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물건을 훔친 사람 상당수가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며 이들에게 배상명령도 신청할 수 없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촉법소년의 부모가 배상을 안 해주면 배상받을 방법이 없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피해액이 크지 않아 소송을 내기도 주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