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재원 선발 공고를 했지만 선뜻 나서는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해외 주재 경력이 곧 진급이었던 과거와 달리 해외 파견 공백기동안 커리어가 꼬이는 경우를 우려해 북미나 유럽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지원자가 거의 없습니다. 신흥지역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에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확히 10년 만이다. 앞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 당시 만난 일본인의 이야기고, 뒤는 대기업 현업자의 말이다. 퇴직 후 아내와 세계일주 중이었던 타쿠로씨는 에티오피아, 브라질, 태국 등 상사맨으로 전세계를 누비던 시절의 무용담을 내게 늘어놓았다. 그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국내에 갇혀 있다고 한탄했다. 꿈에서 태국 방콕 시내를 가득 채운 현대차의 광경을 목격하는 악몽(?)을 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사태 당시 삼성전자는 러시아 국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엄동설한을 버텼고, 이후 국민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LG전자 직원은 무슬림으로 개종까지 하며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동에서 한국 가전의 돌풍을 이끌었다. 주시보 전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는 직접 미얀마 바다 한가운데 만든 플랫폼에서 3개월간 직원들과 합숙하는 등 11년간 현지에서 가스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삼성이 팬데믹을 이유로 잠정 중단했던 지역전문가 파견을 이달부터 재개한다. 지역전문가는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익히도록 지원하는 삼성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내부 반대에도 밀어붙인 제도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지역전문가 제도가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초격차' 기술 못지 않게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상황이다. 중동·동남아·인도 등 지역학은 비주류로 치부되며 연구자풀이 한정적이고 자금난으로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다. 대기업들이 신흥지역 연구와 교육에도 적극 지원에 나섰으면 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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