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각종 흉악범죄가 난무하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 26년 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사형제 대안으로 공론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 돌려차기', 20대 또래를 살해한 '정유정 사건', 신림동 살인 사건까지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향한 '묻지마 범죄'나 흉악범죄가 끊임없이 터지자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말 그대로 수형자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교도소에 가두는 형벌을 말한다. 현재 우리 형법상 무기징역을 선고받더라도 가석방이 가능하다. 형법에 따르면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의 3분의 1이 지난 뒤 가석방 될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의 '2023 교정통계 연보'를 보면 가석방된 무기수는 2017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2014년 각각 0명, 2015년 1명, 2016년 2명에 그쳤지만 2017년(11명)부터 2018년 40명, 2019년 14명, 2020년 18명, 2021년 17명, 2022년 16명 등으로 늘었다. 잘 알다시피 무기수 대부분은 살인, 강간, 폭행 등을 저지른 흉악범들이다.
"이런 범죄자들을 왜 평생 못 가두나"는 국민적 공분은 '신림동 살인 사건'이 터지면서 폭발적으로 커졌다. 비인도적 흉악범죄 때문에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형제도가 유명무실하다면 그 대안 입법이라도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7월 28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해 "취지에 공감한다"며 "유력하게 검토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흉악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사실 학계와 법조계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논의는 꽤 오래됐다. 최근에는 사형제 대안으로 힘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론도 작지 않다. 인권침해를 이유로 사형제도도 사문화되는 상황에서 죽을 때까지 가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세금으로 흉악범을 평생 수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등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운영 중인 대표적 나라지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사형제 폐지 이후 도입했다 폐지했다. 독일의 경우, 지난 1978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절대적 종신형'(가성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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