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숲 여행지 5곳
"나의 가장 좋은 방, 언제든지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응접실은 바로 집 뒤에 있는 소나무 숲이었다. 그곳에는 햇빛도 거의 닿지 않아 아주 보드라운 이끼 카펫이 깔려 있었다."
가볼만한 숲 여행지 5곳
미국의 사상가이자 문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1854년 펴낸 산문집 '월든'에서 한 점의 수채화를 그리듯 숲을 묘사했다. 그는 2년간이나 통나무 오두막집에 머무르며 고독의 시간을 보냈지만 홀로 핀 꽃이나 곤충들이 그러하듯 외롭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돈은 없었지만 햇빛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과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나는 부자였다"며 숲이 주는 풍요를 증언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한 청량한 숲에서 사색의 시간을 누리다 보면 우리도 그처럼 천혜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휴가 동안 만이라도 SNS와 단절하고픈 현대판 소로들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볼만한 숲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강릉솔향수목원 금강소나무로 둘러싸인 테마 식물원
숲은 낮에는 초록빛 싱그러움으로, 밤에는 상쾌함으로 더위를 잊게 해준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있다.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다량 발산하고 자태가 빼어나 '나무의 제왕'이라 불린다. 수목원의 대표적인 관찰로는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금강소나무 외에 주목과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하늘정원도 놓치면 안 될 코스다. 이곳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동화처럼 펼쳐진다. 예부터 용소골이라 불린 맑고 깨끗한 계곡도 매력적이다. 탐스러운 꽃을 피운 수국원은 한여름 정취를 느끼기 좋다. 비비추원에는 보랏빛 꽃이 만발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솔숲광장에서 마음껏 뛰놀자. 널찍한 잔디밭과 귀여운 곰을 형상화한 포토존이 인기다.
■안면도자연휴양림 토종 붉은 소나무 '안면송' 자생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국내 유일한 해안 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할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992년 9월 개장한 안면도자연휴양림에는 우리나라 토종 붉은 소나무인 안면송이 집단으로 자생한다. 무장애나눔길, 스카이워크, 치유의숲길을 비롯해 5개 봉우리로 이어지는 조개산 등산로 등 남녀노소가 걷기 좋은 소나무 숲길을 고루 조성했다. 숲속의집(한옥 포함)과 산림휴양관, 산림전시관, 숲속교실, 산림수목원, 잔디광장, 어린이 놀이터 등이 갖춰져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안면도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를 만나는 안면도수목원, 태안읍 일대와 서해안의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백화산구름다리도 여행의 필수 코스다. 안면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자 낙조 명소인 꽃지해수욕장에서는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백사장과 바위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다.
■울진금강소나무숲길 500년 넘은 신송의 성지
울진금강소나무숲길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십이령옛길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어우러진 길이다. 산림청이 국비로 만든 1호 국가숲길로, 지난 2010년 7월에 1구간이 열렸다. 총 7개 구간(79.4km) 가운데 현재 5개 구간을 운영한다. 이중 난도가 가장 낮은 가족탐방로는 총 거리 5.3km, 숲에서 먹는 점심을 포함해 3시간쯤 걸린다. 예약 탐방 가이드제를 시행하고 탐방은 무료로 운영한다. 불영사계곡 너른 터에 자리 잡은 불영사는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길에 미끈한 금강소나무가 즐비하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연못 앞 벤치에 앉으면 산에 폭 안긴 듯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숲에서 하룻밤 묵고 싶다면 통고산자연휴양림이 제격이다. 긴 계곡을 따라 야영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 쾌적하다. 바다를 보고 싶다면 죽변항에 들어선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을 타보자. 2.8km 구간을 따라 느리게 달리며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김천치유의숲 자작나무 숲 피톤치드의 청량함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중에서도 평균 고도가 높아, 경북 이남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다. 52만㎡ 규모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다. 산림복지 전문기관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길과 쉼터, 건강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다. 치유의숲길은 관찰의숲길(1.6km), 아름다운모티길(5.7km) 등 4개 코스가 있다.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자작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의 청량함을 만끽하고, 150년 된 아름드리 잣나무에 매단 해먹(그물침대)에 누워 '숲멍'을 해볼 수 있다. 얼음장 같은 무흘구곡 상류에 발까지 담근다면 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섬진강대숲길 바람처럼 휘날리는 대나무의 향연
전남 구례 섬진강대숲길은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은 풍광으로 담양 대숲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일제강점기 섬진강 일대에서 사금 채취로 강변 모래밭이 유실되자 마을주민 김수곤씨가 대나무를 심은 게 섬진강대숲길의 출발이다. 정자 쉼터가 있는 초입부터 완만한 경사를 따라 600m 구간이 이어진다. 초록 선이 빗살처럼 가득한 대숲을 올려다보며 눈과 마음을 씻기에 좋다. 중간 지점 섬진강 쪽으로 뻗은 샛길에 마련된 그네가 포토존 역할을 한다. 야간에 하는 '별빛 프로젝트'에서는 사방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조명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밤을 만날 수 있다. 이외에 섬진강대숲길 강 건너 오산 사성암(명승)도 구례 전망 명소다.'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든 천은사 상생의길&소나무숲길, 안재명·진가경 부부가 10년 남짓 가꿔온 천개의향나무숲은 매혹적인 운치와 향으로 방문객들의 숨을 고르게 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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